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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기자, 고운맘 되다 (7) 엄마, 나 엄마 됐어요

  • 기사입력 : 2015-04-17 09:26:26
  •   
  • 엄마,

    나 엄마가 됐어요.

    알고 있었겠지만 딸이에요.

    엄마가 그랬죠. 갓 태어난 나를 안고 딸이라서 많이 울었다고.
    아들을 바래서가 아니랬죠. 엄마가 되는 이 고통을 똑같이 겪어야 할 딸의 운명에 마음이 아팠다고. 갓난 여자 아기를 쓰다듬으며 엄마는 당신과 딸 그리고 여자의 숙명을 안쓰러워 하며 한참 눈물을 흘렸댔죠.

    32년이 걸렸네요. 엄마가 예언했던 그 숙명의 시간을 맞이하기까지 말이에요.

    엄마의 딸은 딸을 무사히(?) 낳았어요.

    꽤 긴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수차례 기권(수술해 주세요!)을 외치기도 했지만, 결국엔 아기와 함께 해냈죠.

    아기는 아주 아주 작아요. 머리 모양은 조금 뾰족하고, 눈은 팅팅 부웠고, 손발은 노인처럼 쭈글쭈글 하죠.

    12345.jpg

    남편이 '딱지야' 라고 부르자 아주 힘겹게 실눈을 떴다 감는데, 그 모습이 긴 전투에서 살아남은 전사 같이 보였어요.

    엄마, 난 그 와중에 남편에게 사진을 찍게 시키고는, 아기를 멍하니 바라봤어요.
    낯설었거든요. 내 특기가 청승인데, 흔한 감격의 눈물도 한방울 나지 않았어요.

    출산 직후, 아기와의 만남보다 진통이 끝났다는 게 더 기뻤다고 고백하면 듣는 아기가 섭섭해 하려나요. 어쨋든 그랬어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기 얼굴도 궁금하지 않았죠.

    탯줄을 자른 후 간호사가 아기를 천에 싸서 품에 안겨줬어요. 빈젖을 물리랬죠. 얼떨결에 아기를 안았어요. 눈도 못 뜨는 아기가 젖을 찾겠다며 작은 입으로 내 가슴팍 여기저기를 콕콕 찍어 대더라고요.


    엄마, 나 그제야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아기는 너무?작고 여렸고, 갸르릉 갸르릉 우는 얇은 울음소리도, 꼭 쥔 조그마한 주먹도, 새빨간 얼굴색도 모든 것이 내 탓 같아 미안했어요.

    엄마가 생각났어요. 나를 안고 울었다는 그 말이 떠올랐죠.
    엄마, 난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를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았어요.
    구구절절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때 그 마음이 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래요.

    이 기분을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지만, 엄마는 알겠죠.

    아마 또 미래의 내 딸도 알게 되겠죠.

    엄마, 날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아가, 니가 딸이라서 참 다행이다. -2013년 12월 20일

    조고운 기자 ( 방송인터넷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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