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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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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원·진주 상업지역 러브호텔 신축 규제

“기득권 옹호·재산권 침해” vs “도시 이미지 개선 효과”
‘러브호텔’ 명확한 기준 없어
‘규제 칼날’ 효과 볼지는 의문

  • 기사입력 : 2015-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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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와 진주시가 상업지역에 ‘러브호텔’ 신축을 금지하자 적법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관광활성화와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건축을 추진하고 있거나 지자체로부터 업종 변경을 권유받고 있는 일부 업주는 “기존 업주들의 기득권을 옹호하면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날의 칼’로 보이는 두 지자체의 상업지역 러브호텔 규제 조치를 짚는다.

    ◆창원·진주시 위락·숙박 복합건축물 ‘러브호텔’ 신축 규제= 창원시는 11일 시내 전역에 유흥주점 등 위락시설과 숙박시설을 함께 짓는 건축물 건립을 금지하고, 상업용지에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고 퇴폐문화를 조장하는 러브호텔 건립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진주시는 혁신도시 상업지역에 위락·숙박시설이 혼합된 복합건축물 건립을 불허하겠다고 발표했다. 혁신도시 22개 필지의 상업용지 대부분이 영천강 및 근린공원 인접 지역과 이전 공공기관 밀집 지역에 있어 복합건축물이 들어서면 혁신도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득권 옹호·재산권 침해” 반발=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자체가 기존 업자의 이익을 옹호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모(창원시 의창구 명곡동)씨는 “시가 숙박시설인 러브호텔 신축을 제한하는 것은 기존 업주의 이익을 옹호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엄연히 법으로 상업용지에 복합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데도 규제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모텔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시의 조치에 대해 때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미 시내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장사가 안 돼 기존 모텔을 원룸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구수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해놓고 이제 와서 규제를 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한홍준 창원시 도시정책국장은 “러브호텔 신축 규제는 입지, 지역여건 등을 분석하고 건축주, 설계자 등과 소통한 후 판단할 계획이다”며 “상업지역 복합건축물 신축을 둘러싸고 행정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도시의 이미지 및 미관 개선, 관광활성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규제 적법성·실현 가능성= 창원시는 위락과 숙박시설을 동일건축물에 건립하는 것에 대해 ‘불허’ 방침을 정했지만 관련 건축물에 대한 현황 파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축법 등 위락·숙박시설을 겸한 건물용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창원시는 향후 구청별로 위락·숙박시설 동일 건축물 현황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러브호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가 신축을 규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설 규정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어 현실적 규제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통상 부정적 의미로 지칭되는 러브호텔은 모텔 또는 호텔과 외관상 구분이 어렵다. 러브호텔 역시 숙박시설로 분류돼 외관이나 내부시설만으로 구분 짓기는 모호한 점이 많다.

    창원시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한 건물 안 저층에는 유흥시설, 고층에는 모텔이 들어서는 소위 ‘풀살롱 시설’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며 “러브호텔에 대해서는 외관상 네온사인이 매우 화려하거나 내부에 러브체어가 있는 등 운영실태를 파악해 불허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러브호텔을 일반 숙박시설과 구분 짓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해 규제를 적극적으로 하기엔 법적인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와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빼 든 ‘러브호텔’ 규제라는 칼이 효과를 낼지 아니면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논란만 일으킨 채 성과가 없을지 주목된다.
    김진호·김용훈 기자

    ※모텔, 러브호텔=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놓은 숙박시설인 모텔(Motel)은 모터(Mote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다. 러브호텔(Love hotel)은 1980년대 젊은이들이 찾았던 여관이나 커플의 은밀한 만남 장소인 모텔이 진화한 형태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숙박업 규제가 풀리면서 대거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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