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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지적장애인 자활 돕는 정경봉 김해 달 카페 대표

“달처럼 환히 비출겁니다, 그들 스스로 설 수 있게”

  • 기사입력 : 2015-05-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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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을 돕고 있는 정경봉씨가 김해시 불암동 ‘달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성승건 기자/
    맑은 날 한낮에 보는 하늘은 아름답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꿔가며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더없이 한가로워진다. 그러나 밤이 찾아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통과 슬픔, 아픔은 ‘보이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외면당하기 쉽다. 하지만 밤하늘엔 ‘달’이 뜬다. 달빛은 어두운 밤, 더 어두운 곳을 비춘다. 지치고 소외당한 고독한 이들이 고개를 들어 위안처럼 떠 있는 달을 본다. 지난 22일 밤. 하늘에는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 걸렸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달꽃 같은 미소를 머금은 그가 다가왔다. 김해시 불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경봉(36)씨다. ‘한 집 건너 커피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커피 전문점이 흔한 요즘 시대에 그는 조금 특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적 복지와 장애인, 그리고 딜레마

    정 대표는 인제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노인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졸업 이후 이와 관련된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고 2005년 우연히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창원 사랑의 집’을 알게 돼 면접을 봤다. 면접 이후 그가 느낀 사랑의 집은 학교 전공서적에 나오던 일반 복지시설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까지만 해도 장애인 직업훈련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라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그는 “복지시설이 정부가 제공하는 국가보조금에 의존하고 타인의 도움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스스로 일을 해 자립을 추구하는 ‘생산적 복지’에 큰 매력을 느껴 사랑의 집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 집에서 쇼핑백 제작 사업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납품과 주문, 영업까지 일반 회사 사원의 업무와 비슷한 일들이었지만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적성도 맞아 즐겁게 일했다.

    그렇게 지적·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한 지 6년쯤 흘렀을까. 정 대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을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장애인 직업재활’의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거나 격리된 채로 살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갖고 경제생활을 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범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활훈련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하는 일들은 제한적이에요. 옆에서 꾸준히 지켜본 결과 비록 장애가 있지만 사교적인 성격에 친절하고 순수한 친구들도 많은데 주어진 일들은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제조업이 대부분입니다. 부가가치가 매우 낮은 일들이죠”라고 했다.

    ◆어두운 곳을 비추는 달처럼

    그러다 기회는 찾아왔다. 타지에 살다 고향인 김해로 돌아오신 부모님과 함께 집을 지어 합치게 되면서 건물 1층에 빈 공간이 생겼다. 그는 이곳에 카페를 차렸다. 커피를 접하다 보니 친절함과 사교성이 남다른 장애인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카페 이름 ‘달’도 정 대표의 이런 마음을 담았다.

    정 대표는 “어둠 속에 있는 친구들에게 밤하늘을 밝히는 달처럼 환한 빛을 선물하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해시 내동에도 사랑의 집에서 운영하는 두 번째 카페를 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들을 어두운 골방에서 사람들이 북적대는 카페로 이끌었다.

    내동 카페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했다. 비장애인 교육은 자원봉사자를 양성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이곳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았던 장애인들은 바리스타로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고, 몇몇은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장애인 수강생들은 교육 이후 특수학교나 지역 복지시설 등에 무료로 강의를 나가기도 하고 매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의 장애인 직업 훈련은 반응이 좋았다.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찾아왔다. 내동 카페가 교육 공간으로는 너무 협소해 불암동 가게 인근에 바리스타 학원도 문을 열었다.

    그는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단체와 연계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장애인 생산품으로 더치커피를 상품화시키는 등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장을 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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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가 목적이 아닌 커피집

    현재 카페는 본점 불암동을 비롯해 내동과 부산 서면, 양산, 김해문화의전당, 경기도 동두천 등 5곳으로 확장했다.

    정 대표에게 향후 몇 년 내 몇 개의 카페를 여는 것이 목표인지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카페는 기존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다릅니다. 사실 이윤 창출이 주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카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좋은 커피와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과 함께했으면 합니다”고 했다.

    때문에 카페 가맹 조건으로 ‘해외아동 후원’을 내세우고 있다. 매월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지역 내 복지시설이나 해외아동들에게 지속적으로 후원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이것만 지킨다면 가맹비와 로열티 등을 전혀 받지 않고 개점에 필요한 전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정 대표는 “카페의 모토는 자립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얻은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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