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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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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소목장 이수자 김형철씨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나만의 색과 향기나는 전통가구 만들 겁니다”

  • 기사입력 : 2015-07-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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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현대 가구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가구 하면 가격도 비싼 데다 옛날 가구라며 외면하기 일쑤다. 실용성이 떨어지고 세련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가구를 통해 현대가구에서 느낄 수 없는 원목의 은은한 향기와 기품을 느낀 후 이 분야에 폭 빠져 새로운 삶을 살아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특히 서울에서 국내 최고의 명장으로부터 제작과정을 직접 배워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된 후 30년 가까운 서울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에서 ‘선의 미감 함지’ 공방을 운영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김형철(41) 전통가구 제작자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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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철 소목장 이수자가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 자신의 작업실에 걸려 있는 다양한 공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문화재청에 따르면 나무를 다루는 명장은 대목장(제74호)과 소목장(제55호)으로 나눠 인간문화재로 지정한다. 대목장(大木匠)은 궁궐·사찰·가옥 등 대형건축물을 짓는 목수며 소목장(小木匠)은 장롱·경대·문갑 등 실내가구를 제작하는 목수를 이른다. 소목장 이수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3년 과정의 소목 분야 이수자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김씨는 처음부터 전통가구를 한 것이 아니다. 26세 때인 2001년 전공과 무관한 유명 가구회사에 입사해 붙박이장, 주방가구, 장식장 등의 제작·설치를 하면서 현대가구와 인연을 맺는다. 그러다가 30살 무렵부터 고가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나무를 갖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 데다 전통가구를 많이 보고 자라면서 전통가구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고고한 미가 되살아났습니다. 또 현대가구는 일이 힘들어 나이가 들어서까지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민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고가구는 현대가구와 완전히 달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결심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34살 때 전통가구를 비롯, 도자기, 매듭 등 전통 관련 각종 분야를 가르치는 2년 과정의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 입학해 스승인 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66) 선생을 만나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된다.

    그의 스승은 소목 가구를 잘 만들어 한국인의 손재주를 세계에 널리 알린 명장이다. 특히 국내 (청와대 안방가구·궁중유물박물관 등)와 국외 (스웨덴·미국 워싱턴 등의 한국문화원 사랑방가구)에 소목 가구 납품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소목장으로 국위를 선양했다.

    김씨는 학교를 수료한 후에는 스승의 공방에 1년간 일반회원으로 있다가 37살 때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소목장 이수자 과정(재능과 노력, 성실성 중요)에 뽑혀 3년간 철저한 지도를 받은 후 40세인 지난해 2월 이수자 시험에 합격한다.

    “3년 과정을 보면 1년차에는 목재에 대한 이해와 전통수공구 제작과 사용을, 2년 차에는 각 가구에 쓰이는 결속(결구방식)를 배우고, 3년차에는 전통 가구를 만들어봅니다. 3년 과정을 수료한 후 실기와 이론 시험을 치르고 이수자로 선발됩니다.”

    그는 지난해 이수자가 된 후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그해 6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함양군 휴천면 공방공사를 시작해 올 5월 완공과 함께 문을 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간 후 26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와 예술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 셈이다.

    “사실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할 때 너무 멀리 간다며 스승도 반대했습니다. 저도 가장 큰 문제인 판로라든지 이 분야의 흐름 등에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 많은 어머니 건강도 걱정되고 교통이 많이 좋아져 교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는 현재 현대 생활가구도 일부 주문받아 제작하면서 전통가구 발전을 위한 소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소목에는 장, 농, 반닫이 등 안방 가구부터 사방탁자, 문갑, 책장 등 사랑방 가구, 그리고 소반, 찬장 등 주방 가구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가 된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소목 가구는 목리(木理·나뭇결이나 나이테)를 활용하는 안목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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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원목이 하나의 가구로 만들어지기까지는 10년간의 시간이 걸려 전통가구 만드는 것을 흔히 느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제작 과정 자체가 인내를 요구한다. 통나무를 그늘에서 2년간 비바람을 맞히고 그늘에서 3~4년 말린 다음 2년간의 실내 적응기를 거쳐 비로소 작품 원목으로 쓸 수 있다. 책장 하나를 만드는 데도 뼈대와 문틀 데생→연귀(45도 각도로 맞춤)짜임→호장태 제작→밀랍 칠 광택→어피가죽으로 연마 후 기름칠→장식부착 등의 정밀공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제가 소목 중에 집중하는 분야는 반닫이 입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와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고 중후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만든 작품이 내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 작품은 이 사람의 것이라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그의 소목에 대한 관심과 달리 대다수 일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은 여전히 거기서 거기 내지는 모방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규격화된 것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전통가구에서 제각각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가구를 단순한 옛날 가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미학이 모두 들어 있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로 밤늦은 시간에 작품에 집중하다는 그는 앞으로 여건이 되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공개강좌 등도 마련하는 등 전통공예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예술적 성취를 위한 개인적 욕심으로 전통공예대전 등 공식 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상위권에 입상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현재까지 그는 한국전통공예대전에서 입선 1회와 본상 1회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국내 소목 분야 젊은 기대주인 김씨가 고향에서 앞으로 어떤 예술적 성취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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