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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태풍폭우(颱風暴雨) - 빠른 바람과 사나운 비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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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는 여름이면 으레 3~4차례 태풍이 내습한다. 태풍이란 많은 비를 동반하는 강한 바람을 말한다. 그로 인해서 헤아릴 수 없는 인명·재산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태풍이란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을 부르는 말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필리핀 등 태평양 상의 섬 등지에 영향을 준다.

    태풍은 코리올리 힘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풍속이 초당 17.2m 이상일 때 태풍이라는 명칭을 쓰는데, 풍속이 초당 40m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쓰는 ‘태풍(颱風)’이란 말의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크고 무서운 괴물’을 나타내는 ‘티폰(typhon)’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영어의 ‘타이푼(typhoon)’이 중국으로 와서‘태풍(颱風)’으로 변했다고 한다.

    둘째, 아라비아어로 ‘폭풍우’를 뜻하는 ‘투판(tufan)’이 동양에 전해져 ‘태풍’이 됐고, 다시 영어에 전해져 ‘타이푼(typhoon)’이 됐다고 한다.

    셋째, 중국 광동(廣東) 등지에서 격렬한 바람을 ‘대풍(大風)’이라고 하는데, 그 뒤 서양에서 전해진 그리스어 티폰의 영향으로 영어로 ‘타이푼(typhoon)’이 됐다가, 동양에 역수입돼 ‘태풍’이 되었다 한다.

    태풍을 나타내는 ‘태(颱)’자가, 최초로 나타나는 문헌은 청(淸)나라 초기 왕사진(王士 : 1634~1711)이 지은 향조필기(香祖筆記)이다. 그 책에 “대만의 바람의 성질은 다른 바다와는 아주 다르다. 바람이 심하면서 사나운 것을 ‘구풍(風 : 미친 바람)’이라고 하고, 더 심한 것은 태풍(颱風)이라고 한다.

    구풍은 갑자기 불다가 금방 그치는데, 태풍은 여러 날 동안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 1, 2, 3, 4월에 발생하는 것은 구풍이라고 하고, 5, 6, 7, 8월에 발생하는 것은 태풍이라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태(颱)’자는 1701년경에 편찬되기 시작한 강희자전(康熙字典)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1918년에 간행된 중화대자전(中華大字典)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태풍이란 단어가 사전에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문 고전 어디에도 ‘태풍’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와서 쓰이기 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고유어도 없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주로 태풍 대신 ‘구풍(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태풍은 해마다 40개 내외가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4개 전후이다. 1988년과 작년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태풍이 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옛날에는 기상예보가 정확하지 않아 피해가 컸지만, 지금은 시시각각으로 태풍의 진로나 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상예보를 잘 듣고 태풍과 폭우에 대비하도록 하자.

    * 颱 : 태풍 태. * 風 : 바람 풍.

    * 暴 : 사나울, 드러낼 폭. *雨 : 비 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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