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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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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무- 정희성

  • 기사입력 : 2015-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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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 그리움이 있다는 말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사랑은 그 어원이 안티 모르떼, 즉 모르떼(죽음)를 안티(저항, 거부)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사랑을 생명과 동의어로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열렬한 찬가, 그 힘이 바로 사랑인 것이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일은 내 속에서 가장 최고의 ‘나’를 이끌어 올리는 기회가 됩니다. 나보다 높은 나, 나의 최고봉에 선 나, 고양된 나, 마치 밋밋한 나무에 꽃이 핀 절정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그 꽃은 열매의 전신이지요. 눈물의 열매든, 웃음의 열매든 그 열매는 다 의미가 있습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치고 꽃을 피우는 일체의 생명현상을 ‘그리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그리움의 에너지를 떨어져 있음, 즉 결핍의 조건에 의한 것으로 규정했는데요, 떨어져 생장할 수밖에 없는 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참 아름다운 통찰로 연결해 놓지 않았습니까?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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