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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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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

세상 찌든 때 씻어내는 빈자들의 빨래터
급변하는 인도의 제1 경제도시
유네스코 ‘뭄바이 C.S.T역’ 등 영국의 식민 흔적 곳곳에 남아

  • 기사입력 : 2015-07-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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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제처럼 미루던 여행지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인도였다.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데 혼자 떠나기엔 뭔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던 나라. 여행지를 선택하고 나면 두려움과 설렘의 비율에서 항상 설레는 감정이 우선순위에 있었는데 인도만은 예외였다.

    최신식의 인도 뭄바이 공항을 마주해 쓸데없는 걱정거리였다고 생각하며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오니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호객꾼들이 웃으며 호객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한순간에 나를 향해 돌진하는데 짐을 들어주겠다며 막무가내 가방을 붙잡는 사람. 이 사람은 사기꾼이니 믿지 말고 자기를 따라오라는 사람. 호텔까지 무료로 태워주겠다는 사람. 1달러만 달라고 하는 사람.

    거지들과 사기꾼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든 일은 나도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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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뭄바이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빨래터 ‘도비가트’.
    여행자의 기본 기술을 써보기도 전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누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부터 판단하는 게 인도여행의 첫 도전이었다.

    예약한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자기들끼리 모여서 서로 얘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마저 불안했다. 안다는 건지 모른다는 건지 기다리는 동안 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갔다. 한참을 의논하더니 알겠다도 아니고 찾아갈 수 있겠다며 자기 택시를 타라고 하는데 다짜고짜 50달러에 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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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뭄바이 택시는 정찰제인데 요금협상을 해오다니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고 인도 여행을 하는 내내 속이려는 인도인들과 당하지 않으려는 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인도 여행 내내 가장 큰 숙제 거리였다.

    뭄바이는 인도 제1의 경제도시답게 인도에서 보기 드문 마천루가 있는데 높이 솟은 빌딩 숲들을 바라보면 이곳이 인도인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생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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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관문으로 불리는 게이트 오브 인디아.
    반면 영국이 식민지 시절 조성해 놓은 포트구역의 유럽풍 건물들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뭄바이 여행의 시작은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였다. 영국의 조지 5세가 인도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인도식 개선문인데 하늘의 길이 열리기 이전에는 해상교통이 최고의 장거리 교통수단이어서 인도로 입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뭄바이 항구를 통해야만 했으니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인도의 관문이었던 셈이다.

    뭄바이 제1의 랜드마크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10억 인도 인구의 힘인 걸까? 개선문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는데 인도인들은 유독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을 찍어달라는 이부터 함께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까지 졸지에 뭄바이 개선문 앞에서 포토그래퍼가 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붙임성이 유독 많은 인도인들 덕분에 첫날부터 인도여행이 외롭지 않아서 덩달아 신이 났다.

    개선문을 등지고 바라보면 인도 최고의 타지마할 호텔이 보이는데 여기엔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다. 뭄바이 자본가 타타는 영국 친구와 함께 아폴로 호텔에 식사하러 갔다가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인도 제일의 호텔을 짓기로 결심하고 최고의 자재를 이용해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을 만들었다.

    과거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래서인지 뭄바이에는 영국다운 느낌이 꽤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뭄바이 C.S.T.역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데 런던의 국회의사당처럼 아주 멋스럽고 고풍스러웠고 19세기 지어진 기차역이 여전히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만 교외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했다. 평일 낮임에도 전철은 항상 만원 상태였고 전철 칸칸마다 남자들만 가득한 데다가 심지어 문이 없는 건지 아니면 항상 열고 운행을 하는 건지 열차 문 앞에까지 사람들이 매달려서 전철은 아슬아슬 위험하게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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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전철 여성칸 모습.
    솔직히 문앞까지 남자들만 가득한 전철을 타려고 몇 번을 시도해보다가 열차를 그냥 보내기를 몇 번 반복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역사에서 구두를 닦던 아저씨가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데 여성 전용칸이었다. 어찌나 반갑고 반갑던지 냉큼 탑승하고 난 뒤의 그 쾌감이란…. 인도에서는 아주 작은 일조차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수없이 고민해야 함을 처음 알려준 사건이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설렘보다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결심하고 도전하는 순으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냈다. 전철탑승 성공의 여세를 몰아 도비가트가 있는 역까지는 당황하지 않고 한 번에 도착했다.

    도비가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빨래터로 유명한 곳이어서 뭄바이를 대표하는 또 다른 랜드마크다. 180년 역사를 가진 이곳은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 아래 삶을 이어가는 도비왈라들의 현재진행형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법적으로 카스트제도는 사라졌지만 인도사회에서 카스트 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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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최하층 신분인 도비왈라가 빨래를 하고 있다.
    도비왈라는 카스트제도의 최하 신분인 수드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층 신분으로서 태어나는 순간 빨래하는 사람으로 인생이 결정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아버지가 도비왈라이면 아들도 도비왈라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도비가트 주변은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듯했고 도비가트 너머 높다란 빌딩은 묘한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 카스트제도, 빈부 격차가 눈앞에서 그대로 보이는 곳이다.

    얼마 전 무한도전 극한알바편에 뭄바이 도비가트가 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 걱정이 됐다. 방송에서는 200년 전통의 손빨래 전문가들처럼 그려졌지만 아직 카스트제도가 단단히 버티고 있는 인도에서 만만치 않은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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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최하층 신분인 도비왈라가 빨래를 하고 있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 앞에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 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때와 장소에 따라 드레스코드를 맞추듯이 여행지에서도 태도를 전환해야 할 때가 있다. 땀 흘리며 일하는 도비왈라의 삶을 구경하는 관점보단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답례로 선물 받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인도는 이상한 나라였다. 어떤 순간에는 쓸데없이 과한 친절과 미소를 보여주고 또 절실히 도움이 필요할 때는 철저히 무심하게 굴어서 나를 안달 나게 했다. 10분을 늦어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1시간 먼저 왔음에도 3시간이나 기차가 연착을 해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게 했다.

    인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절대 통하지 않는 나라, 그래서 여행 자체가 고행이 되는 나라였다. 틈만 나면 여행자의 주머니를 털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 득실거렸다. 예약한 버스 좌석에는 항상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고 표를 보여주며 내 자리라고 말하면 ‘No problem(괜찮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행 초반에 늘 들었던 생각이 ‘아니, 내가 안 괜찮다는데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날 때마다 ‘여긴 인도니깐. 맞아 여긴 인도야’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럼에도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인도 앓이를 한다. 나 역시 인도 앓이를 했다. 앞뒤 안 맞고 제멋대로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상황 속에서 묘한 쾌감이 들었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꽤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가장 강렬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10억 인구 인도여행 시 기차예약은 필수이다. 만약 원하는 기차표가 매진됐다면 사설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를 보고 간다면 인도에서의 문화적 충격이 조금 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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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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