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9일 (월)
전체메뉴

[살롱] 정민주 기자의 야구야그 (1) 마운드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투수가 있을 뿐

  • 기사입력 : 2015-08-21 14:05:38
  •   
  • 시작하면서 : 지난해 650만 관중을 동원한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 바로 야구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내믹한 매력에 흠뻑 빠지긴 했는데 규칙은 왜 이렇게도 많은 지... 아기공룡 NC팬 3년차로, 경기 꽤나 봤다 자부했건만 아직도 모르는 룰이 다반사다. 야구는 그냥 치고 달리고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모르면 어떠한가, 선수들과 함께 달리며 배우는 게 참 묘미 아니겠는가.

    야구에 갓 눈을 뜬 소녀(마음만은 소녀)팬이 기본적인 야구 규칙과 팬심 가득 담아 선수들의 재밌는 에피소드와 기록을 실을 예정이다. 야구에 매력에 빠져 즐기기로 마음먹은 당신,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야구 속으로 빠져보자.

    메인이미지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경남신문DB/
    날카로운 첫 야구의 추억을 얘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그 느낌은 호기로운 투수의 투구에 귀먹고, 꽃다운 야수의 수비에 눈멀었달까요.

    2008년 8월 23일 베이징 올림픽 우커송 경기장. 제가 처음으로 야구에 눈 뜨게 된 역사적인 날입니다.

    경기장에서는 한국과 쿠바의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고, 한국 야구역사에 길이 남을 그날 바로 그 경기장에 제가 있었죠.

    경기 전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의 지휘 아래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었는데요. 플래카드를 품에 소중히 안고 경기 시작 전 넓은 그라운드가 신기해 요리조리 구경하는 제가 안쓰러웠던지, 국가대표 유니폼 50번을 달고 있던 H.S KIM 선수가 손짓했습니다. 쳐다보자 올림픽 배지와 응원도구, 기념품을 선물로 주네요.

    야구를 잘 모르던 저는 그 덩치 큰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넙죽 선물을 받았죠. 야구장에 구경 갔다가 '아~주라(롯데 자이언츠 구단 팬들이 파울 공을 잡은 관중에게 외치는 말로 옆에 있는 미래의 야구팬인 어린이에게 공을 주라는 뜻) 공'을 받은 아이처럼 산뜻하고 기분 좋게 야구를 보게 됐습니다. (뒤에 알고 보니 그 선수는 리그 톱타자 두산의 김현수 선수였습니다. 몰라봬서 죄송)

    메인이미지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과 쿠바의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3-2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열심히 응원하다 보니 다이나믹한 경기는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모두가 숨죽인 9회, 강민호 포수가 미트를 집어 던져 퇴장을 당했고 1사 주자 만루 상황. 저도 두 손 모아 정대현 선수가 잘 막아내길 기도했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땅볼 유도로 병살타를 만들어 쿠바를 꺾은 순간 옆에 서 있던 처음 보는 한국인과 폴짝폴짝 뛰며 야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결승에서 쿠바를 3-2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후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아놓은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마운드는 초록색 평평한 그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볼록 솟아 있는 곳인데요. 마운드는 지름 5.48m의 원으로 홈보다 25.4cm(10인치) 높게 흙이 쌓여 있고, 그 위에 투수판이 놓여 있습니다.

    투수판의 크기는 가로 61㎝(24인치), 세로 15㎝(6인치)로, 흰색 고무판으로 만들어집니다. 투수는 투수판을 밟고 18.44m 떨어진 포수에게 공을 던지게 되는 거죠.

    메인이미지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흔들리자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포수 이태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C 다이노스/
    국내에선 마운드 높이를 10인치(25.4cm)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마운드를 높게 만든 건 투수를 위한 장치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타자가 치기 쉽지 않다고 하는군요. 마운드가 높으면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처음부터 마운드가 높았던 건 아니라는데요.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땐 투수가 서는 박스만 그리다가 1903년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마운드 높이를 15인치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투고타저 현상(투수가 좋은 공을 던져 좀처럼 안타나 점수가 나지 않는 현상)이 심해지자 마운드의 높이를 낮췄는데요. 한국에서도 2000년에 13인치로 올렸다가 2007년 투고타저 현상이 심해져 지금의 10인치로 낮췄죠.

    메인이미지
    NC 다이노스 이민호 선수가 볼록 솟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성승건 기자/
    그럼, 마운드가 높으면 모든 투수에게 유리할까요? 낮게 공은 던지는 언더핸드형 투수는 마운드가 낮을 수록 유리해서 간혹 항의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1998년 7월 11일 수원에서 열린 쌍방울-현대전에서 당시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 높이를 낮춰달라고 항의하다가 퇴장당하기도 했다네요.

    투수를 교체하거나 경기 흐름을 조절할 때 투수코치(드물게 감독도 있긴 하죠, 예전 SK 이만수 감독 같은)도 마운드를 밟습니다. 1이닝에 두 번 코치가 올라가게 되면 자동으로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데요. 간혹 그 횟수를 착각해서 잘 던지는 투수를 교체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메인이미지
    마운드 규격. 노란색 원 안이 마운드./그래픽 김문식/

    2013년 10월 27일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당사자 좌완 유희관 선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한 이닝에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 페어지역에서 두 차례 투수와 얘기를 나눌 경우 투수를 교체한다는 야구 규칙에 따른 건데요. 유희관은 3⅔이닝 동안 공 52개만 던지고 강판당한 셈입니다.

    흥분한 두산 선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김진욱 전 두산 감독, 황병일 수석코치, 강성우 배터리 코치가 한꺼번에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면서 사단이 나고 말았는데요. 조금 전 정명원 투수코치가 한 차례 나온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죠. 잘 던지던 유희관 투수를 내려서 일까요. 결과적으로 두산은 경기를 중요한 내주고 말았습니다. "볼일 보고 안 닦은 느낌이다." 당시 유희관은 이런 말을 했다죠.

    NC 안방마님 김태군 선수가 한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야구 포지션별 신분을 나누면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라고.

    이렇듯 귀족의 신분인 투수를 일컫는 또 다른 수식어는 '마운드 위의 고독한 승부사'입니다. 마운드에서 홀로 서 있는 만큼 고독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만큼 매력 있는 포지션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정민주 (편집부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