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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역사는 국정화에 체포되었다- 김재수(영화감독)

  • 기사입력 : 2015-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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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임기간 역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영면에 드셨다.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을 상해임시정부로부터 계승했음을 법통으로 확인했고,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친일잔재 청산과 5·16을 군사쿠데타로 명확히 정의했으며, 유신체제의 종언을 고하게 만든 부마항쟁의 재조명, 전두환 군사집단의 광주 대학살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백하게 규정짓고, 또한 박정희 유신체제의 국정교과서를 검정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확정고시가 마침내 황교안 총리의 담화로 발표됐다. 국민 60% 이상이 국정화를 맹렬하게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는 북한 등 몇몇 후진국처럼 마침내 자랑스런(?) 국정 단일교과서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 국민 누가 대통령 박근혜에게 역사를 재단해 국정교과서를 편찬할 수 있다고 그 사명을 부여했는가. 참으로 통탄스럽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들의 역사 바꿔치기에 단지(斷指)로 혈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우리는 1968년 12월 5일 제정 공표되어 2003년에 사라진 <국민교육헌장>을 다시 달달 외우고, 1972년 4월 21일 박정희 작사/작곡 <새마을노래>가 거리마다 마을마다 울려 퍼지는 박정희 되살리기를 위한 이른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앞에 직면해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가져올 울울한 단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대국민시정연설에서 방금 숫돌에 간 낫의 눈빛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노려보며 마치 자신의 임기 중에 반드시 가장 치열하게 성취해야 될 목적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인 양 오만과 독선으로 정당성을 토하는 장면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정신의 그믐이 됐다.

    역사는 누구의 잣대로 재단될 수 없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검정 국사교과서를 제대로 밤을 새우고 탐독하도록 권하고 싶다. 어디가 종북 주체사관이고 어느 대목이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정체성을 폄훼했는지 붉은 펜으로 밑줄 그어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교과서라면 다시 검정의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박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른 역사교육을 받지 못했음이 확실하다. 아버지 박정희의 역사를 배운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 박정희는 친일과 좌익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10월 유신을 통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래도 아버지 박정희는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공개를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표집필자로 선정된 최몽룡 교수의 여기자 성희롱추문 같은 집필자들의 돌출행동이 두려웠는지 아니면 함량미달이나 극우편향 인사들로 구성된 집필자들의 신상 털기가 겁이 났는지 공개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역사교과서 대표집필자는 박근혜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보게 될 운명적 여러 사건들이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거창민간인학살사건> <제주 4·3사건> <노근리 사건> <보도연맹사건> 등 건국 과정과 6·25전쟁 중에 발생된 수많은 민간인 학살사건과 미군정 치하의 해방공간에서 나타난 친일세력들의 득세와 독립투사들에 대한 박해, 건국 과정의 좌우대립과 민족진영에 대한 탄압 등이 어떻게 서술될 것인가. 또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수많은 민주영령들은 어떻게 서술될 것인가.

    <잊혀진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는 준엄한 교훈을 저버리려는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를 쫓아가서 붙잡아 족치라고 명령을 내렸다. 박 대통령 각하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고 잽싸게 쫓아가 역사를 붙잡은 김무성 대표, 황교안 총리, 황우여 장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등 5명을 2017년 국정교과서가 편찬 배포될 때 역사는 <정유(丁酉) 역사오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김재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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