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의 들판에
꽃을
바라랴
재 위에 누워 자고
재를 먹으며
산도라지
꽃빛 같은
맑은 영혼에
무한한 시름으로
등불을
켜자
☞ 제주도에 사는 젊은 어머니 32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평균적 얼굴을 도출하고, 그 어머니들의 어머니 32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평균적 얼굴을 도출한 것을 본 적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두 얼굴이 흡사하게 ‘맑고 평온하다’는 것이었다. 전 세대 어머니들의 얼굴에서 한국 현대사의 시간이 드리운 짙은 그늘을 기대한 터라, 그 맑음과 평온은 정말 의외였다.
그 맑음과 평온의 근원은 아마도 ‘모성’일 것이다. 수컷이 갈기 세우고 저지른 모든 것들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수컷이 저지른 모든 것들을 싸매고 안아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모성이 그 얼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재 위에 누워 자고 재를 먹으며 살지만, 모든 것의 ‘아래’에서 모든 것을 ‘생명’이게 하는 물처럼 변함없이 맑고 잔잔한 모성. 진딧물처럼 들러붙는 무한 시름 목탁 두드려 쫓지 않고, 쌓이는 시름을 기름 삼아 등불 밝히는 모성. 그 등불 세상의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모성. 젊은 어머니들의 딸들이 어머니가 되어 찍은 사진에도 변함없이 깃들여 있을 모성…. 분명한 것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끌고 간다는 사실이다.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