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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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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욕- 이문재

  • 기사입력 : 2016-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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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에 마음을 내다 널고

    쪼그려 앉아

    마음에다 하나씩

    이름을 짓는다



    도둑이야!

    낯선 제 이름 들은 그놈들

    서로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



    마음 달아난 몸

    환한 달빛에 씻는다



    이제 가난하게 살 수 있겠다

    ☞ 해 아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해가 뜨면 눈을 떠야 하고 눈을 뜨면 생활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사람에게, 철문을 열고 들어가 밥줄 쥔 사람 눈치 보며 개 줄에 묶인 개처럼 하루를 뱅뱅 돌아야 하는 사람에게, 하루를 돌다 보면 마음이 이미 개밥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사료처럼 단정한 개밥이 아닌 재래식 개밥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월광욕을 처방한다. ‘속’에서 해물잡탕이 되어 부글부글 끓거나 쫄면처럼 뒤얽힌 마음을 ‘꺼내’ 달빛에 말려 보자. 그리고 ‘이름’을 하나씩 붙여 보자. 이것은 분노, 이것은 질투, 이것은 욕심, 이것은 굴욕…. ‘정직하게 붙여진’ 자신의 이름에 마음들 화들짝 놀라, 아니 ‘쪽팔려’ 도망가게 된다. 마음 달아나 빈털터리가 된 ‘몸’ 환한 달빛에 씻고 다시 가난한 ‘속’이 되어 돌아오자. 돌아와 잠시 동안이라도 ‘빈 몸’으로 살아보자. 물론, 정든 님 같은 ‘마음’ 십리도 못 가 발병 나 돌아오겠지만.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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