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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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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투데이] ‘박’ 이용해 조형품 제작 송교술씨

“박이 내 손을 거치면 예술품이 됩니다”
바이올린·기타 등 현악기부터
인형 등 작품 100여점 만들어

  • 기사입력 : 2016-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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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교술씨가 자신이 박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자연에서 난 모양 그대로의 ‘박’을 재료로 미술품을 만드는 이가 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드럼, 가야금, 해금 등 악기 모양의 작품에서부터 음표와 익살스런 인형 작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주인공은 바로 41년째 현악기를 수리·제작하고 연주도 하는 ‘악기 장인’ 송교술(61)씨다.

    최근 송씨의 작업장을 겸하고 있는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개나리상가의 현악기 수리실을 찾아갔다. 5㎡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송씨는 자그마한 난로에 추위를 녹여가며 손바닥 크기만한 박을 다듬고 있었다. 내부의 양쪽 벽면 선반 위에는 그가 만든 작품들이 오밀조밀하게 전시돼 있다.

    각종 기타와 첼로, 바이올린, 가야금과 거문고 등 현악기를 수리하는 송씨는 국내에 악기 도매상가로 유명한 낙원상가 수리점에서도 고치기 어려운 악기도 맡기러 올 정도로 유명한 수리 장인이다.

    그는 짬을 내 실물악기의 5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미니어처 악기를 만들기도 했다. 미니어처 기타 하나를 만드는 데만 일주일이 걸릴 만큼 상당히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만든 미니어처 악기만 해도 100점이 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송씨는 “미니어처 악기는 실제 악기를 매뉴얼에 따라 작은 크기로 축소한 것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순수 창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둥글고 속이 비어 있는 박으로 악기를 만들면 소리가 날 것 같은 우연한 생각에 박을 집어들게 됐다. 처음 마음먹었을 때부터 박으로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 때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 어느덧 1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일과 후 시간과 주말을 꼬박 작품을 만드는 데 쏟아붓고 환갑의 나이에 하루 4시간만 자는 강행군을 이어오며 이뤄낸 결과다. 작품도 처음에는 현악기에서 시작해 인형으로까지 넓혀나갔다. 송씨는 “남이 만들지도 않았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아 독학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지만 수리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박으로 만든 작품에 깜짝 놀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자신의 작품이 상품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예술’로 인정받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 올 상반기 중에 그동안 만든 작품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송씨는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박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새로운 작품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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