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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지리산에서 약초 재배·약초차 연구 윤경순 씨

지치고 병들었던 몸과 마음, 자연 속에서 치유했죠
젊을 때 몸 아파 여러 병원 전전…막막한 상황에서 지리산 찾아

  • 기사입력 : 2016-03-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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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천왕봉을 지척에 두고 약초 재배와 함께 약초 발효차 연구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윤경순(57)씨.

    만나본 순간 그는 온화한 모습과 말투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차실을 방문한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쉬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를 가만히 지켜보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강인한 생명력이다. 그가 가진 온화함과 여유로움은 어쩌면 그 강인한 생명력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젊은 나이에 머리카락을 다 잃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으나 답도 없고 치료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은인이자 스승을 만나 약초 공부를 시작했다.

    3년 동안 산속 생활을 하며 직접 약초를 채집하고 먹어보며 약초에 대해 배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병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도 돌아보게 됐다.

    그는 약초 공부를 하면서 병과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졌고, 함께 산에서 생활하던 사람들과 함께 중의학을 공부해 베이징대 중의학 중약 침구사 과정을 수료해 면허증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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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순씨가 약초차를 마시고 있다.


    38세가 되던 해에 그는 흙과 나무로만 집을 지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단 이슬이란 뜻의 ‘감로원’이라고 이름 짓고 지친 사람들이 심신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각종 스트레스와 오염된 환경,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과 과다한 약물 등으로 인해 병들고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에서의 생활과 약초차를 통해 병을 예방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그 답이 자연과의 교감과 휴식에 있다고 봤다. 아프거나 삶에 지친 사람들이 대자연 속에서 쉬고, 걷고, 명상하고, 운동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이면서도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청사진을 그렸다.

    ‘지리산 청강원’은 그렇게 시작됐고 2013년 농업회사법인 (주)청강을 건립했다. 그런 공간을 계획하는 중 아무것도 없던 땅에 체질별로 쓸 수 있는 100여 가지의 약초를 심었다.

    지리산 전문 약초꾼들을 통해 800고지 이상에서 천왕봉의 기운을 받고 자란 야생 약초들을 모아 건강한 약초차를 만드는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좋은 재료로 차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가 신경 쓰는 차는 구기자로 만든 차다.

    비가림 농법으로 재배한 구기자를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의 방법으로, 약을 법제하듯 약 100일간 정성을 다해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차는 차맛이 아주 깊어 중국의 보이차처럼 오래도록 우려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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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약초차에 대한 그의 꾸준한 노력과 노하우를 한국문화예술단체총협회에서까지 인정받아 한방약초차 부문으로는 최초로 한국예술문화명인으로 인증받았다.

    그는 산청을 정말 사랑한다고 한다. 산청에 대한 애정은 그의 다양한 지역 활동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신지식인협회에서 항노화산업분야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그는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산청군 항노화 포럼위원으로 참여해 한방 항노화산업 분야의 정보교류는 물론 항노화 서비스 제품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산청군의 한방항노화산업 비전을 제시하는 정기적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 누구보다 동의보감촌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그는 2015년에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던 동의보감촌 힐링아카데미에 약초차를 활용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했고 올해부터는 매주 정기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그는 산청의 이야기가 있는 유의태 약수를 이용해 약초차를 끓여 약초차의 효능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으로 평소 약초에 대해 궁금했던 의문점을 풀고 자신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꾸준히 차를 마심으로써 몸의 환경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며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초차를 습관화해 몸의 저항력과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산청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게 공부한 그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공감한다.

    그는 산청군의 인재들이 훌륭한 사회 일꾼으로 성장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학업에만 열중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0만원의 향토장학금을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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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순씨가 약초를 말리고 있다.


    그의 나눔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도 있다. 윤 대표의 동생은 전 경남한의사협회 회장이며 현재 청강원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지난해 겨울에 윤 대표는 자신의 동생과 함께 뜻이 맞는 양의사와 수간호사 등 6명의 의료진을 모아 마을을 돌아가며 의료봉사도 진행했다.

    차로 30분 이상을 나가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해 양한방으로 의료상담을 진행하고 영양제와 비타민 주사를 준비했다.

    윤 대표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따뜻한 약차를 준비하고 진료를 받고 나가는 사람들에겐 시장기를 덜어주기 위해 떡국을 준비하는 등 지역 주민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윤 대표는 “1박2일간 의료봉사에 약 100명의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여 호응을 받았다”며 “지역 의료봉사는 지역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고 호응도도 좋아 올해부터는 규모를 늘려 뜻이 맞는 의료진을 모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생명력을 가진 그에게도 청강원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의 도전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 그는 모두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하지만 우공이산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묵묵히 준비를 하면 분명히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표는 “앞으로 완성될 이곳이 지친 현대인들이 건강을 찾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삶의 활력소를 되찾아 갈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다녀보면 아름다운 곳에는 꼭 있는 힐링리조트들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공간은 단순히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다. 치유와 휴식 그리고 우리 것이라는 테마를 갖고 기획하는 공간이다. 산청에 그런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기대되는 일이다. 그는 오늘도 지리산 자락에서 약초를 심고 약초 발효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글·사진= 김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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