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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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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의 기도- 강은교

  • 기사입력 : 2016-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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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가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마한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감은 별을 주세요



    그믐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어서 있을 만큼만

    내가 눈 열어 부실 만큼만



    내가 꿈꿀 만큼만

    ☞ ‘꽃지짐’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뒷산 지천에 널려 있는 진달래를 자루에 넣어 와서 펼쳐 놓고, 지짐이에 푸짐하게 꽃 고명 얹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산에서 놀다가 시장기가 돌면 진달래 한 움큼씩 따서 씹어 먹곤 했다. 그 시절에 꽃은 그냥 ‘꽃’이었다. 사람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에서 사람이 그냥 ‘사람’이듯이. 요즘은 산에 가서 꽃을 만나면 반갑다. 동행이 있으면 꽃의 ‘이름’을 물어보곤 한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서, 꽃의 모습이 색시 같다, 물 오른 기생 같다, 하면서 제법 시인다움을 뽐내기도 한다. ‘그’ 꽃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꽃이 ‘꽃’에서 ‘그 꽃’이 됐다. 분명 비극이다. 그런데 그 꽃이 ‘기도’를 해야 하는 시절은 비극을 넘어 어떤 시절일까? 그것도 극소량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그 꽃이 간절히 기도해야 하는 이 시절은? 이중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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