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시대 음악 들을 때마다
팔레스트리나 들을 때마다
그 시대 풍경 다가올 때마다
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
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
라산스카
나 지은 죄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 라산스카는 뉴욕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 헐더 라샨스카이다. 김종삼 시인이 편애한 가수인 모양이다. 그의 시집에서 이 여자의 이름이 등장하는 시가 세 편이나 된다. 팔레스트리나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이다. 본명은 지오반니 피에르루이지. 쓸쓸하고, 슬프고, 외롭고, 아름다운 김종삼의 시는 바가지다. 음악을, 하늘나라를, 맑은 물을 퍼서 마른 마음에 부어 주는 바가지다. 장식이나 색칠이 과하지 않은 소박한 바가지다. 돌아보면, 이 땅의 시에서 하늘나라, 맑은 물가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 비춰 볼 거울이 없어, 사람들은 자기 얼굴을 모른다. 자기 얼굴을 모르니, 죄 짓고도 당당할 수밖에. 죄가 판치는 세상. 정치인들만 비난할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비춰 볼 거울을 주지 못하는 지금의 시인 공화국도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