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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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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갑상선암과 로봇수술

  • 기사입력 : 2016-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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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우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얼마 전 학회에서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님을 만나 과거 30년 전 갑상선암 진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당시에는 초음파 검사장비도 보급되지 않았고 건강검진도 안 하던 시절이라 병원을 찾는 갑상선 환자들은 모두 목에 주먹만한 혹을 달고 왔다고 한다. 그 당시 그렇게 갑상선암이 진행해서 병원에 오면 수술을 해도 사망률이 30~40%에 달했다.

    이제는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조기검진과 수술기술의 발달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더 이상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으니 바로 목의 흉터다. 갑상선이 목에 위치하다 보니 수술 후의 흉터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는데 하필이면 갑상선암이 젊은 여성들에게 잘 생긴다는 게 문제다. 수술을 앞둔 갑상선암 환자들은 수술 전에 어김없이 필자에게 흉터에 관한 질문을 한다. 남자라면 넥타이로 흉터를 가릴 수도 있지만, 여자가 평생 목에 흉터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면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로봇갑상선수술은 목에 흉터를 없애려는 미용 목적으로 개발된 수술이다. 로봇수술이 처음 도입됐던 초기 단계에서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보다 정교해진 로봇수술기와 함께 수술기술도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일반적인 절개수술과 동일한 수술 효과를 보이며 미용 면에서는 더욱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로봇갑상선수술은 목에 절개를 하는 대신 유륜과 겨드랑이에 작은 구멍을 내서 로봇 팔과 로봇 카메라를 이용해 몸속에서 진행하는 수술이다. 집도의사는 멀리 떨어진 콘솔 장비를 이용해 로봇을 원격 조종한다. 이때 로봇이 집도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데 마치 영화 ‘리얼스틸’의 로봇파이터와 비슷하다. 로봇갑상선수술은 자랑스럽게도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킨 수술로 최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외과의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로봇갑상선수술을 배워가는 추세다.

    몇 년 전 일부 의사들이 갑상선암을 조기검진하지 말자고 주장해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사례가 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 주장을 한 의사들 중에 갑상선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고 주장의 근거도 갑상선암 진료와 관련한 의료비 상승을 막자는 것이었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그런 위험한 실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나라의 성적을 보면 된다. 바로 영국이다. 의료비 지출을 아끼기 위해 갑상선암 조기검진을 하지 않는 영국은 아직도 20%가 넘는 갑상선암 사망률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학회에서 만난 교수님의 30년 전 진료 성적을 다시 보는 듯하다. 우정우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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