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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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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복산약품 엄상주 명예회장

고향사랑 끝없이 실천하는 하동의 ‘기부천사’

  • 기사입력 : 2016-08-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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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주 명예회장


    지난달 27일 오전 하동군 하동읍 부용길 골목길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사랑의 보금자리 주택 4호 입주식이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검정색 정장바지에 흰 와이셔츠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백발의 노신사가 새로 지은 집을 둘러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복산약품 엄상주(90) 명예회장이다. 하동 사람이면 엄 명예회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20년 넘게 고향의 소외계층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부천사’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엄 명예회장은 이날도 자신이 주택 건립비 전액을 기부해 지은 사랑의 보금자리 주택 입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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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주(왼쪽 세 번째) ㈜복산약품 명예회장이 지난 6월 7일 중증장애인 복지시설인 ‘섬진강 사랑의 집’에서 열린 해피카 기증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이날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봉사단체, 마을 주민들의 축하 속에 새 집에 입주한 이는 어머니(74)와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 등 네 식구가 어렵게 사는 김모(46)씨.

    김씨는 당뇨 등 질병으로 근로능력이 없는 데다 살고 있던 집이 매우 열악해 어머니와 아들·딸 세 식구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시장통의 작은 식당 방에서 생활하는 등 떨어져 살았다.

    이런 소식을 접한 엄 명예회장이 주택 건립비 6700만원을 기부해 지난 5월부터 기존 노후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방 2칸, 거실, 욕실 등을 갖춘 52.8㎡의 아스팔트 싱글 구조의 새집을 지어 이날 입주하게 됐다.

    사랑의 주택이 4호인 데서 알 수 있듯 하동에는 엄 명예회장의 통 큰 기부로 이미 3채의 집이 지어져 소외계층 3가구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둥지를 틀었다.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은 5년 전인 2011년 시작됐다. 고향 하동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중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정에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엄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시작됐다.

    그래서 그해 본인은 물론 아내, 그리고 자녀 2명 중 1명 등 세 식구가 장애를 갖고 집 없이 아주 어렵게 사는 서모씨 집을 지어주기로 하고 4300만원을 선뜻 기부해 50㎡ 규모의 조적조 집을 지어 선물했다. 사랑의 보금자리 주택 1호다.

    이어서 2013년 13살 자녀, 11살 쌍둥이 자녀를 둔 한부모 부자가정의 어려운 사연을 접하고, 4500만원을 들여 60㎡ 규모의 보금자리 2호 주택을 지어 줬다.

    그리고 지난해 화개면 검두마을에 현장점검차 들른 윤상기 군수가 임대 주택에서 아들과 딸 등 두 자녀와 단칸방에서 생활하던 조모(당시 38세)씨의 집이 지어진 지 오래돼 안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을 보고, 엄 명예회장에 요청해 6100만원을 들여 3호 주택을 지어 기증했다.

    엄 명예회장은 이번 4호 주택에 이어 5호 주택 대상자로, 자녀 4명을 키우면서 길거리 장사로 겨우 생활해 가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그의 ‘사랑의 보금자리’ 지원사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10호까지는 계속 지원하겠다는 게 그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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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하동읍 부용길에서 열린 사랑의 보금자리 주택 4호 입주식.

    엄 명예회장의 고향 사랑은 보금자리 주택 지원사업 훨씬 이전인 1994년부터 시작됐다. 장애인·어린이·노인 등 관내 소외계층의 물품 지원, 복지시설 지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1994년부터 설 명절이면 고향 하동읍사무소를 방문해 독거노인 10가구, 위탁가정 10가구, 환경미화원 9명, 산불감시원 5명에게 해마다 방한점퍼와 회식비 명목으로 300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22년째 고향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수 개인 재산으로 여강 엄상주 복지회를 만들어 복지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복지시설인 ‘섬진강 사랑의 집’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엄 명예회장은 2014년 9월 섬진강 사랑의 집에 대형세탁기 5대, 빨래 건조기 2대 등 1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식탁 12개, 의자 80개 등 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 사랑의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그해 12월에는 장애인들이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130만원 상당의 50인치 TV 1대를 기증하고 생활 속에 필요한 물티슈, 벽시계, 칫솔, 수건, 운동기구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물리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8200만원 상당의 물리치료 장비 3대를 기증하고, 6월에는 컴퓨터 10대(1000만원)를 기증했다.

    지난 6월에는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12인승 그랜드 스타렉스, 6인승 저상형 슬로프 장애인 차, 4인승 모닝 등 시가 8084만원 상당의 해피 카(Happy Car) 3대를 기증하는 등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박성애 섬진강 사랑의 집 시설장은 당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물리치료 장비와 세탁기, 건조기 등 다양한 물품을 지원해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차량까지 기증해 준 엄상주 명예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엄 명예회장은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생각하고 평생을 근검절약하고 살아왔으며, 의약품 도매업인 ㈜복산나이스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특유의 준법정신과 정도경영으로 오늘날 일본 스즈켄회사의 제의로 자본협력을 할 정도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 발전시켰다.

    엄 명예회장은 이제는 기업은 자녀들에게 맡기고, 다음 인생목표로 본인을 낳아준 그리운 고향에 감사함을 느끼고, 조그마한 성의이지만 그동안 월급과 퇴직금 등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봉사가 나의 길이다고 생각하고 고향 하동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엄 명예회장은 중증장애인 복시시설인 ‘섬진강 사랑의 집’을 보고 세상에 가장 힘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나의 건강이 고마웠고 그래서 그들의 손과 다리가 돼야겠다고 다짐하고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의료기기와 차량 등을 지원하고, 목욕탕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도 해줬지만 앞으로 사랑의 집 주변에 땅을 1000㎡ 정도 구입해 사랑의 집 원생들이 직접 가꾸는 동산을 만들고자 한다.

    그 동산에는 수국과 국화를 심어 꽃동산을 만들어 방문하는 사람들도 함께 가꾸며, 장애인과 일반인이 어울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처럼 어려운 계층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끝없는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엄 명예회장에 대해 주변에서 ‘기부천사’라는 별명을 붙여준 데 대해 정작 본인은 의아해하고 있을 정도다.

    엄 명예회장은 1927년 4월 하동읍 서해량마을에서 6남 1녀 중 5번째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형제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1945년 3월 현하현립뢰전공업학교를 졸업했다.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동아대학교 정경학부를 수료하고, 1951년 부산국제시장에서 의약품 도매업인 복산약품을 개업했다.

    전쟁 통에 약품회사를 개업해 처음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지만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굴지의 약품회사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엄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는데 큰아들 봉성씨는 경제학 박사로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둘째 아들 태웅씨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현재 복산약품을 이끌고 있다.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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