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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17) 산청 (6) 신등면 대성산 정취암~ 정수산 율곡사

기암절벽 끝 천년고찰엔 공민왕 개혁 의지 서린 듯…

  • 기사입력 : 2016-08-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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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운 여름이다. 덥고 추운 것이야 자연의 순리이기는 하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법이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 여름의 기운이 가득하다. 연일 최고의 기온을 갈아 치운다고 하지만 언제 덥지 않은 여름이 있었나 싶다.

    여름은 더워야 논에 심은 벼가 무럭무럭 자라 풍년을 약속한다. 해외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공항도 여전히 북적거린단다.

    요즘은 피서나 여행을 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교직을 퇴직한 지인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전국의 5일장을 찾아다닌다. 점차 사라져가는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휴가를 보낸단다.

    지인은 시골길에 차를 세우고 농촌 일손을 돕기도 하고 세상 이야기를 듣고 나면 부족하긴 하지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행복은 결코 거창한 것에서부터 오는 것은 아니다. 남이 모르게 하는 적선과 기부는 자신의 성공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행복은 내 에너지가 타인을 위해 쓰일 때 두 배가 된다.

    무더운 여름이 행복하게 느껴지며 삶이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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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신등면 대성산 정취암 전경

    ▲대성산 정취암

    성심원 앞을 흐르는 남강에는 더위를 쫓는 래프팅 행렬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산청 성심원에서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군도60번이 둔철산(해발 811.7m) 방향 정취암 가는 길이다. 둔철산 자락에는 전원주택지로 울긋불긋한 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산비탈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간디고등학교를 지나면 둔철 마을이고 주변에 전원주택지가 있다. 고개 정상에 둔철 생태숲이 있고 정취암 이정표가 있다. 둔철산생태숲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둔철산 줄기의 대성산 기암절벽에 가려진 정취암이다. 정취암은 기운이 금강에 버금간다 하여 옛날부터 소금강이라 했다고 공양간 마루에서 수다를 떨던 신도들이 일러 주었다. 매미가 유장하게 합창을 하던 여름날 주지 수완스님의 요사채 마루에 앉았다. 스님은 1990년 문학공간 신인상으로 등단한 알려진 문인이다. ‘마음 빈 하늘, 이내의 끝자리, 향기는 아직 찻잔에 남았는데, 지리산에는 바다가 있다’라는 시집이 있다.

    정취암은 해인사의 말사로 686년(신라 신문왕 6년)에 의상조사가 정취사를 창건했다. 858년(신라 헌강왕 2년) 낙산사에 있던 정취보살상을 고려 때 몽고의 침략을 피해 정취사로 봉안했다고 한다. 정취사는 고려 공민왕의 개혁 의지를 실현하려 했다는 것이 문가학의 설화로 내려오고 있다. 정취암에 2점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목조관음보살 좌상은 원통보전에 있는 관음보살좌상이다. 이 불상은 불신과 엎어놓은 연꽃무늬가 새겨진 낮은 대좌가 하나의 목재로 조성됐다. 자세는 등을 세우고 머리 부분을 약간 앞으로 내민 모습의 가부좌를 하고 있다.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있는데, 보관은 중앙에 큰 화불과 앞뒤로 불꽃무늬 장식이 달려 있으나, 후대에 따로 만들어 부착한 것으로 본다. 짧은 목에는 세 개의 주름인 삼도를 얕게 표현했다. 높이는 50㎝ 정도로 안정감이 있고 단아한 인상을 주는 작품으로, 조선후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지정 문화재는 절집의 전각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삼성각의 탱화이다. 산신이 호랑이 옆에 앉아 있는데, 호랑이를 타고 어딘가로 행차하는 모습이다. 1833년(순조 33)에 제작된 가로, 세로 150㎝ 크기의 불교 그림이다. 산신을 따르는 동자를 표현해 놓아 토속적인 신앙이 표현된 특이한 작품이었다. 탱화 대신 화강석의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있다. 산신각 입구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전각을 등지고 서서 탁 트인 넓은 전망을 보면 속세를 벗어난 아름다운 풍광이 넓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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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취암 목조관음보살좌상


    ▲산청산골박물관

    정취암 입구 둔철 고개에서 풀이 무성한 임도를 따라 신안면 갈전리 산청산골박물관으로 향했다. 신안면 소재지에서 중촌갈전로를 이용하면 고생을 덜 수 있다. 여행은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도전이고 그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오는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몇 번 헤매고 나니 제법 넓은 마을이 나타났다. 간디중학교가 보였고 전원주택 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작은 저수지를 지나니 대형 공장 건물 같은 산골농장이다. 농장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전망이 트인 해발 250m에 산골박물관이 있다. 이상호(69) 관장은 농산물 생산과 가공, 체험과 관광을 접목한 6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20여억원을 들여 2015년 6월 19일 박물관을 개관했다. 자신의 사업체 산골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중턱에 대지면적 1만7893㎡, 건축면적 694㎡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다. 지하에 수장고와 1층에 전시관과 사무실 , 2층에는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하며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산골카페로 꾸몄다. 박물관 전시관에는 토기·백자·청자 등 유물 192점과 이 관장이 양계업을 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닭 모양의 인형과 민속품 등을 포함해서 약 1000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베틀, 함지, 국수틀, 탈곡기 등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사용했던 각종 농기구와 생활 민속품도 전시돼 있다. 소나무들이 정겨운 박물관 주변의 정원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100여 종의 장미 4만 송이가 만개하는 장미축제가 15번이나 개최됐다. 이 관장은 다양한 문화적 사업을 펼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의 가치가 바뀌게 되면 문화산업은 간접기부가 된다고 했다. 봄이면 만개하는 붉은 장미로 박물관 주변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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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산골박물관


    ▲정수산 율곡사

    이충무공 추모행로 유적지가 있는 단계마을을 거쳐 황매산(해발 1108m) 자락 신등면 율현리 율곡사로 향했다. 따가운 여름 햇볕에 푸른 벼들이 익어가는 들판 사이로 흐르는 단계천은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율현 마을 사이로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면 가야산 해인사 말사 율곡사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절집 초입에서 반겨주는 것은 일주문 대신 담장이 있는 승탑전이다. 승탑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근처에 흩어져 있던 석종형 승탑을 모아 둔 것으로 보인다. 시원함이 느껴지는 울창한 나무 그늘을 지나면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 자연 친화적인 주차장이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잘 생긴 대웅전이 반겨준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원효대사가 쇄신바위에서 절터를 보고 창건해서 경순왕 4년 (930)에 감악조사가 중건했다고 전한다.

    이 작은 절집에 보물급 문화재가 2점이나 있어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다. 율곡사 대웅전은 2003년 해체과정에서 기록이 나와, 조선 숙종 4년(1679)에 중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물 제374호 율곡사 대웅전은 앞면 3칸·옆면 3칸이고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지붕 무게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짜 맞춘 구조가 기둥 위와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앞쪽 문의 문살은 여러 문양으로 복잡하게 꾸며 건물에 더욱 다양한 느낌을 주고 있다. 대웅전의 진가는 안으로 들어가 천장을 바라보면 더욱더 느낀다. 건물 안쪽 천장은 우물천장으로 만들어 천장 속을 가리고 있고 불단 위쪽으로 지붕 모형의 화려한 닫집을 만들어 놓았다. 산속에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조선중기 건물로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멋을 갖추고 있다. 대웅전 건축 당시 스님과 목수의 목침 전설이 있다 해서 순찰을 돌던 경비원에게 물었더니 꾸며낸 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예전에 갔을 때는 대웅전의 삼분합문 아래 칸에 전설 속의 스님이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았다는 사각형의 구멍이 있었다. 또 하나 보물은 율곡사 괘불탱이다. 괘불탱은 화면 가득 보살형의 인물만을 단독으로 그린 그림으로, 가로 475㎝, 세로 827㎝의 크기이다. 이 보살형 인물은 머리에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보관을 쓰고 있는데, 보관의 중앙에는 5구의 작은 화불이 그려져 있다. 조선 숙종 10년(1684)에 그려진 이 괘불탱의 흥미로운 점은 인물의 두 발 사이에 왕과 왕비와 세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이 있다. 괘불탱은 수장고에 있는데 가을쯤 대웅전 앞에 걸고 법회를 예정한다고 총무 성덕스님이 알려주었다.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 괘불탱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율곡사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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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산 율곡사 대웅전


    ▲맛집



    산청산골박물관 카페(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산 173. ☏ 972-7895)= 삼계탕 1만5000원. 국내 유일 양계 환경 친화 축산농장인증을 받은 산골농장에서 기른 닭으로 요리한다.

    심재근 (마산대 입학부처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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