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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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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공사 귀순] 왜 귀순했나

北 소환 앞두고 자녀 진학 문제 ‘고민’
자유민주주의 체제 동경도 탈북 계기
통일부 “김정은 체제 염증도 이유”

  • 기사입력 : 2016-08-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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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연합뉴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귀순한 것은 영국 명문대 진학을 앞두는 등 인생의 중대한 시기를 맞은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서구권에서 성장기를 보낸 26세 장남, 19세 차남과 딸 등 2남 1녀를 둔 태 공사가 임기가 끝나 북한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인 것이 그의 탈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태 공사의 19세 차남 ‘금’(Kum)이 18일 레벨A(영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오면 명문대학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금’은 런던 서부 북한 대사관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지척에 있는 액턴고교에 다니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메신저 왓츠앱을 즐겨 쓰고 농구를 좋아한 평범한 10대였다. 특히 학교에서 최고 성적인 ‘A*’를 받을 만큼 ‘수재’(brain)였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영국 미러는 차남의 이름을 ‘금혁’(Kum Hyok)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언제 본국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북한 외교관의 처지 때문에 차남의 학업이 위기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13학년이 되는 가을에 대학에 지원하며, 이에 앞서 8월 레벨A 성적이 발표된다. 로이터통신은 액턴고교의 학기가 지난달 22일 끝났다며 그 즈음에 태 공사가 탈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16일 BBC는 태 공사가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덴마크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서구권에서 보낸 차남처럼 이미 서구 문화에 젖어든 자식의 장래를 위해 태 공사가 탈북을 결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태 공사의 귀순을 확인하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의 장래 문제 등이 탈북 이유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태 공사가 19세와 26세인 아들들, 아내와 함께 탈출했고, 그들이 한국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탈출 초기에 영국 비밀정보국(MI6)이 안가를 지원하는 등 도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태 공사의 프로필 소개에서 아내와 2남 1녀를 뒀다고 적었고, 기사에서도 “아내·세 아이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태 공사의 장남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 학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태 공사가 매력적이고 똑똑하며 흠잡을 데 없는 영어를 구사하는 인물이라면서 2013년 영국 혁명공산당이 주최한 모임이나 2014년 한 급진서적서점에서 그가 강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서 태 공사는 “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변절의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지만, 영국의 비싼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지기도 했다.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 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태 공사는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북한의 외교공관은 본국에 보낼 현금창출센터로 여겨지며 외교관들이 금, 담배 등을 밀수하는 역할까지 하는데 대북제재로 외교관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더 어려워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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