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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앨리스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

  • 기사입력 : 2016-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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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힘들어요. 하루종일 전시실 관리하는 데 신경써야 해서….”

    8월 초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았을 때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을 기획한 학예사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례없던 대박 행진에 “기쁘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도립미술관의 올해 3차 전시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과 ‘N아티스트-새로운 담지자’에 총 9만여명이 다녀갔다.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 최다 관람객이고, 도립미술관 연평균 관람객수인 10만명과 맞먹는 수치다.

    몰려드는 관람객에 학예사가 마냥 좋아할 수 없었던 사정은 이랬다. 도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설치작품이 주를 이뤘다. 회화보다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접근성이 좋다. 손이 닿기 쉬우니 파손될 위험이 크고, 그만큼 작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전시관리 인력이 많이 모자랐다.

    현재 도립미술관 전시실은 5개, 전시실 정규 관리인력은 6명이다. 휴가 등을 고려해 최소 2명은 안내데스크에 있어야 한다. 오롯이 전시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4명. 전시실 숫자보다 적다. 그간 전시실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왔던 미술관은 올해 임시로 전시관리 인력 3명을 충원했다. 대신 도슨트 3명을 없앴다. 미술관의 전시 예산이 지난해보다 약 2억원 가까이 줄어든 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전시는 대박을 터뜨렸다. 주말에는 각 전시실 입구에 줄을 설 정도였다. 자원봉사자들 손을 빌려야 했고 안내데스크 직원 1명이 전시실에 투입됐다. 학예사도 수시로 전시실을 지켰지만 역부족이었다. 관리자가 손쓰지 못한 탓에 페달을 밟아 공기를 주입하는 설치작품은 몰린 관람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손됐다. 이렇게 되자 전시 관리자는 관람객들을 가까이서 따라다녔고, 관람객은 “감시받는 것 같다”며 불평했다. 전시 관리자도 불만은 마찬가지였다.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아 정작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도립미술관 측은 전시장의 넓이와 작품 수를 감안할 때 1개 전시실에 최소 3명의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술관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개선 사항 1순위로 ‘설명 부족’이 꼽혔다. 전시관리 인력과 도슨트를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번 전시 관람객 대부분이 전시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고 69%가 도립미술관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고 만족도가 높았던 설치나 체험 위주 전시가 다시 열리려면 안정적인 인력은 필수다. 결국은 예산 문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살림살이로는 ‘제2의 앨리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세정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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