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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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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932) 제17화 부자들의 땅 ⑫

“같이 술 한잔하려고요”

  • 기사입력 : 2016-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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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그들에게 눈을 흘겼다. 임준생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를 만난 것은 어제 처음이었다. 같이 춤을 추었다고 하니까 어쩌면 더 오래전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어느 날 그를 만난 것이다.

    “괜한 소리들 하지 마.”

    서경숙은 민 언니와 정수련의 말을 일축했다. 물살이 점점 차가워졌다. 계곡의 물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어디 들렀다가 돌아갈 거야?”

    정수련이 물에서 발을 꺼내 놓고 물었다.

    “온천하고 갈래?”

    “여기 온천도 있어?”

    “수안보에 온천이 있어. 저녁은 더덕구이가 괜찮을 것 같아.”

    “좋지.”

    민 언니가 냉큼 대답했다. 유한마담들이니 먹고 노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서경숙은 산에서 내려와 수안보로 갔다. 수안보까지는 의외로 한 시간이 걸렸다. 수안보에서 온천을 하고 나와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산과 강, 시골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오자 답답한 기분이 느껴졌다. 민 언니와 정수련을 집근처에 내려주고 임준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은 9시를 조금 지나 있었다.

    “늦지 않았네요. 어디입니까?”

    임준생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차를 가지고 와서 집에 둘까 해요.”

    “그래요. 그럼 아파트로 모시러 갈게요.”

    “네.”

    서경숙은 전화를 끊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차를 주차시켜 놓은 뒤에 옷을 갈아입고 정문으로 나오자 벌써 고급승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경숙이 차에 올라타자 운전기사가 합정동으로 달려갔다.

    “어서 오세요.”

    임준생은 합정동 지하철역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도착하자 문을 열어주면서 웃었다. 임준생은 가벼운 스포츠웨어 차림이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같이 술 한잔하려고요. 대중적인 술집이 많아요.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서경숙은 임준생과 나란히 길을 걸었다. 밤이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합정동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술집마다 밖에 비치파라솔을 펼쳐놓았고 하루의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웃고 떠들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기 돼지고기가 맛이 있습니다. 소금구이라고 하지요.”

    임준생은 허름한 술집의 비차파라솔에 서경숙을 앉게 했다.

    ‘연탄불로 돼지고기를 굽는 집이구나.’

    서경숙은 돼지고기를 굽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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