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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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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950) 제17화 부자들의 땅 30

“커피 마실래요?”

  • 기사입력 : 2016-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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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눈빛이 몽롱해졌다.

    “나를 따라 와요.”

    “예?”

    “우리 집이 멀지 않아요. 우리 집에서 재워 줄게요.”

    서경숙은 청년에게 눈웃음을 쳤다. 청년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서경숙을 따라 택시에 올라탔다. 청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택시 안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청년이 자신을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할지 몰랐다. 그러나 취기 탓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택시가 아파트에 도착한 것은 20분도 걸리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왜 청년을 아파트까지 데리고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집에도 현금은 없었다. 청년에게 거실에서 쉬라고 하고 그녀는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거실로 나오자 청년은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집에도 현금은 없으니까 거실에서 쉬었다가 아침이 되면 돌아가요. 그래도 괜찮지요?”

    청년에게 빗물을 닦으라고 수건을 건네주었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청년이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거실은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따뜻한 편이었다. 서경숙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청년이 갈아입을 옷과 담요를 가져다 주었다.

    “욕실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어요. 냉장고에 마실 게 있으니까 찾아 마시고… 나는 들어가서 잘게요.”

    서경숙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청년과 함께 있다가는 무슨 일을 저지르게 될 것 같았다. 문득 청년을 공연히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청년은 순진해 보였고 밖에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청년을 생각하자 또다시 맹렬한 욕망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 든 여자가 청년에게 달려들 수 없었다. 서경숙은 취기가 올라왔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거실에는 신원을 모르는 청년이 있었다. 왜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일까. 욕망이 일어났다고 해서 청년을 집까지 데리고 오다니. 내가 제 정신이 아닌 거야. 택시를 기다리면서 한순간 그와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했었다. 그래서 따라오라고 했는데 그가 망설이지 않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에서는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스쳐왔다. 그와 함께 그녀의 하체에서 뜨거운 기운이 일어났다. 그러나 청년과 사랑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좋은 일을 한 번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학생이라고는 했지만….’

    나이 든 여자가 청년과 사랑을 나누면 사람들이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고 있었다.

    서경숙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거실을 내다보자 청년은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커피를 한잔 끓여 마시는데 청년이 눈을 떴다.

    “커피 마실래요?”

    “네.”

    청년이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앉았다. 서경숙은 소파 앞의 탁자에 커피를 갖다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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