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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불승탄식(不勝嘆息) - 탄식을 견딜 수 없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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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선거를 직접선거로 실시했다. 그로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웬만한 단체는 모두 직접선거로 장(長)을 뽑았다. 시골 면단위 농협조합장까지 다 직접선거로 뽑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도 총장과 학장을 구성원들의 직접선거로 뽑게 됐다. 이런 제도가 20년 이상 지속돼 정착단계에 왔는데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학교수들 사이에 파벌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총장, 학장의 직접선거를 못 하도록 했다. 교육부에서 예산을 무기로 대학을 압박하니 국립대학에서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모든 기관이나 단체에서 직접선거를 하는데도 민주화 시대에 대학에서만 직접선거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 각 대학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윽박질러 간접선거로 바꾼 것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주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해봤다. 결과는 더 혹독하게 더 원칙도 없이 대학을 짓밟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북대 등 몇몇 대학에 대해서는 시키는 방식대로 간접선거로 후보자를 추천해 올렸는데도 임명을 하지 않았다. 그 외 3개 대학은 거의 3년 가까이 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왜 임용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교육부나 청와대는 말하지 않고 있다. 3개 대학은 선거과정의 절차를 문제 삼아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고 교육부에서 지시해 그 대학에서 항복하고서 다시 추천해 임명을 받았다.

    서울대 등 6개 대학은 구성원들이 추천한 1위 후보자가 아닌 2위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직접선거는 절대 용납 안 한다고 교육부에서 여러 차례 각 대학에 경고를 내렸지만 부산대는 교육부의 지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직접선거를 해서 후보를 추천했는데 대통령이 임명했다. 역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대통령은 대학총장의 임명권자니까 꼭 1등 후보를 임명 안 하고 2등을 임명할 수도 있다. 1등이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거나 2등이 탁월한 능력이 있을 경우에 한한다.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 없이 1명의 1등 후보를 총장에 임명하지 않고 2등을 임명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런 대통령의 원칙 없는 임명에 대해서 역대 교육부장관은 어느누구도 바른 말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어느 후보가 어떤지 잘 모르고 청와대 수석 몇 사람이 전국 국립대학 총장을 멋대로 골라 임명한다고 한다. 교육부장관은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고 한다.

    청와대 수석이 최순실씨의 영향으로 임명됐다고 하니 전국 국립대학 총장을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대학만 이렇겠는가? 정부고위공무원, 국가출연연구기관, 국영기업체, 군대 등 곳곳의 인사가 이런 식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개탄할 일이다.

    *不 : 아니 불. *勝 : 이길, 견딜 승. *嘆 : 탄식할 탄. *息 : 탄식할 식.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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