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7일 (토)
전체메뉴

달랑게- 배순조

  • 기사입력 : 2016-12-22 07:00:00
  •   
  • 메인이미지


    요양병원 할머니들

    열심히 달랑게 접기를 한다



    소곤거리는 파도와 갯벌은

    하얀 벽에 이리저리 걸어놓고

    달각달각 옆으로만 달려온 외길

    힘들고 팍팍했던 그 길섶에

    경단이 수북하게 갯벌을 장식했다



    밀물이 우루루 몰려와

    시샘하듯 경단 쓸어가기 전에

    보릿고개 아린 기억 버무려 넣고

    팥죽 끓인다면

    긴긴 동짓날 님 보듯 잊은 나이 생각날까



    달랑게가 두 안테나를 쫑긋 세웠다

    ☞ 요즘 곳곳에 들어서는 건물은 죄다 요양병원이라는 소식을 오래전부터 듣기는 하였습니다. 물론 100세 시대를 맞이해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자기 나이도 잊고만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나아가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요양보호사나 복지사가 시키는 대로 달랑게를 접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 부르기나 율동도 아이들처럼 곧잘 따라 합니다. 또 동지(冬至)를 맞이하여 다 함께 모여 새알심을 빚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서로 내 것이라며 경쟁이라도 하듯 새알심을 자기 앞으로 가져가기도 할 것입니다. 나이도 까맣게 잊고 심지어는 가족들도 몰라보는 철없는 아이 같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말입니다.

    대대로 조상을 섬기고 집안의 안녕을 위해 초롱초롱한 정신일 때 쑤었던 팥죽을, 이제는 모든 고난과 시름이 버무려진 따뜻한 팥죽이 되어 맛나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그릇의 팥죽으로 잊어버린 자기 나이도, 몰라보는 가족들의 기억도 죄다 되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정이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