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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진주만 방문… ‘미래’만 남고 ‘역사’는 빠졌다

“미일동맹, 내일 여는 희망동맹” 강조

  • 기사입력 : 2016-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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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을 방문한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기념관을 찾아 헌화한 뒤 미 전함 ‘애리조나’가 침몰해 있는 바다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꽃잎을 뿌리고 있다./연합뉴스/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서 이런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일동맹을 ‘내일을 여는 희망의 동맹’으로 평가하고 이런 동맹을 가져온 것은 “과거 적대관계를 넘어선 미국민이 보여준 ‘관용의 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메시지에서는 진주만 공습이 불러온 미일간 격렬했던 태평양전쟁, 나아가 일본의 2차세계대전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아베 총리는 “여기(진주만)서 시작된 전쟁이 앗아간 모든 용사의 목숨, 전쟁의 희생이 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영겁의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밝혔다. 또 “어느 날 폭격이 전함 애리조나를 두 동강이 냈을 때 시뻘건 불길 속에서 죽어갔다”라고 했다. 이런 희생이 구(舊) 일본군의 ‘비열한’ 기습 공격에 의해 이뤄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 피해국은 물론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제기한 전쟁 책임 인정 및 사과, 반성 ‘거부’로 이어졌다.

    그가 최근 2차대전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밝혔던 입장보다 대폭 후퇴한 것이다. 또 이날 아베의 메시지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전후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했다”며 이런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가 2012년 12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보여온 행보는 ‘평화 국가’를 견지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아베 총리는 “어제 카네오헤 기지에 있는 이다 중좌의 비를 방문했다”며 “그의 추락 지점에 비를 세운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라 공격을 받은 미군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The brave respect the brave(용감한 사람이 용감한 사람을 존경한다)”(앰브로즈 비어스)라는 문구도 인용했다. 또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만인에게 자비로 대하자”(에이브러햄 링컨)라는 말도 소개했다.

    미군 측이 적군이었던 그의 ‘용기’를 평가해 비를 세웠다며 일종의 ‘화해’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일은 물론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사망 직전까지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그를 언급한데다, 그를 ‘용감한 사람’으로 미화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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