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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일할 수 있는 권리- 황미화(위드에이블 원장)

  • 기사입력 : 2017-0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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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적절한 노동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국가적 책임 하에 기본적 생계는 보장돼야 한다.” 이것은 최초로 사회구성원의 일자리와 최저생계를 국가적 책무로 규정한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 163조 2항을 축약한 것이다. 이후 이 헌법은 현대 복지국가의 시초가 되었고, 이러한 취지는 오늘날 현대국가 헌법의 모델이 됐다. 이미 100여 년 전에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와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개인에게 직업이란 생계수단이며 동시에 자기를 계발하고 또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생계가 어려웠던 절대빈곤 사회에서 직업이란 경제적 수입의 원천으로서 안정적이고 사회적 지위로서 의미가 강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의 발전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생업수단 이상으로 사회적 관계나 자기발전의 수단으로서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 헌법이 단순히 생계뿐만 아니라 노동 그 자체를 하나의 권리로서 보장하는 것은 일 그 자체가 인간과 사회의 연결 고리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에게 일이란 생계수단 이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의미한다면 너무 과장하는 것일까?

    발달장애인은 의사결정이나 행동능력이 부족하다. 스스로 사회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설사 사회활동을 한다 해도 따돌림당하기 일쑤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노동력 착취나 심지어 범죄행위에 이용되기도 한다. 누군가 계속 관찰해야 하고 필요하면 보호해야 한다. 어릴 때에는 부모나 가족이 돌봐줄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부모님마저 고령화되면 예전처럼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한다. 어른이 될수록 사회생활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발달장애인에게만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증도가 심해 사회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면 차라리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할 수 있다. 24시간 의식주는 물론 전문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면 매달 50만원 정도의 입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상적 생활필수품 비용도 부모나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평범한 가정은 꽤 부담이 된다. 그나마 비수급자는 입소정원의 30% 범위 내에서 그것도 수급자가 없을 때에만 입소가 허용된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기회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집에 방치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친구도 없이 사회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부모나 가족마저 일터로 가버릴 경우 집에 혼자 남아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혈기 왕성한 30대 전후의 젊은이에게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수도 있다.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프로그램 시설이 태부족한 우리사회에서 이들의 삶은 빈곤과 고독이 늘 함께한다. 이들에게도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본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발달장애인이 최소한의 보호 아래 국민의 권리로서 일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다. 이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인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생활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2조의 조항을 축약한 것이다. 이 규정의 내용은 모든 국민의 권리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권리의 주체로서 발달장애인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황미화 (위드에이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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