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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이속우원(耳屬于垣)- 귀가 담에도 붙어 있다

  • 기사입력 : 2017-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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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흔히 어떤 비밀스런 일을 이야기해 놓고는 “이 이야기는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이니 다른 데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대개 금방 밖으로 새어 나간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리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에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갑(甲)이라는 사람이 말한 비밀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을(乙)은, 그 이야기를 또 믿을 만한 사람인 병(丙)에게 전하며 똑같이 “이 이야기는 절대 다른 데 전하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병은 또 정(丁)에게 전하고 당부를 한다. 그러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갑이 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사방에 다 퍼져 버린다.

    옛날 전국시대 연(燕)나라가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아 나라가 망하려 하자, 태자 단(丹)이 연나라의 은자 전광(田光) 선생을 찾아가 대책을 논의하고 헤어지면서 “오늘 제가 알려드린 것과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은 나라의 큰 일이니 선생은 누설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전광은 그 말을 듣고 곧 자살을 했다. 자기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하는 것은 죽어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살아 있는 한 태자가 자기가 누설할까 계속 의심할 것이기에, 절개를 지켜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남의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보통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 일은 비밀인데, 다른 데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왜냐 하면 그 말 자체에 ‘당신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까?’ 일단 의심한다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에게 공개하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고, 공개 못할 언행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송(宋)나라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사마광(司馬光)은 “내가 평생 동안 한 일 가운데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것은 일찍이 있지 않았다(平生所爲, 未嘗有不可對人言者)”라고 했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렇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와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사이에 있는 비밀스런 관계를 누가 알겠나?”라는 생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해오다가 세상에 탄로가 나니까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남을 비난하는데 그 당사자가 뒤에서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는가?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천자문(千字文)에도 ‘이속우원(耳屬于垣)’이란 구절이 있는데, 곧 ‘귀가 담에도 붙어 있다’는 뜻이다.

    누가 보거나 듣거나 알아도 아무 문제없을 떳떳한 말과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耳 : 귀 이. *屬 속할 속.

    *于 : 어조사 우. *垣 : 담 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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