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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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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43)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33

“이놈의 술은 왜 이렇게 쓴 거야?”

  • 기사입력 : 2017-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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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한도 별도로 수고비를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재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장대한이 신용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 거국적으로 한잔 마시자. 우리 경숙이 모처럼 왔는데….”

    민 언니가 술잔을 들었다. 서경숙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주잔을 들었다.

    “아직 찌개도 끓지 않았어. 누가 쫓아오기라도 해?”

    정수련이 찌개를 뒤적이면서 가볍게 면박을 주었다.

    “여기 밑반찬도 좋잖아? 입술이나 적셔야지. 적셔 줄 남자도 없는데.”

    민 언니가 낄낄대고 웃었다.

    “그저 자나 깨나 남자 타령이지. 하기야 남자한테 주렸지. 속이 얼마나 허하겠어.”

    “이년이 미쳤나?”

    민 언니가 정수련에게 눈을 흘겼다. 서경숙은 민 언니와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을 마셨다. 소주가 목으로 넘어가자 뱃속이 찌르르 했다.

    “하아. 이놈의 술은 왜 이렇게 쓴 거야?”

    민 언니가 얼굴을 찡그리자 정수련이 웃음을 터트렸다.

    “난 오늘따라 술이 단데…?”

    정수련이 싱글벙글 웃었다

    “술이 달아? 얘 또 술주정하는 거 아니야?”

    민 언니가 진저리 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정수련이 얼굴을 붉히면서 웃었다. 언젠가 정수련이 술이 달다면서 계속 퍼마셔 인사불성으로 취한 적이 있었다.

    “야. 그런데 너 연애하는 거 아니야?”

    민 언니가 정색을 하고 서경숙에게 물었다.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거야? 뜬금없이 무슨 연애야?”

    서경숙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갈수록 세련되고 있잖아? 옷도 고급만 입고… 이거 얼마 주고 샀어?”

    민 언니가 서경숙의 원피스를 만지면서 물었다. 황토색 계열의 모직이었다.

    “80만원”

    서경숙은 가볍게 대답했다.

    “어머! 되게 비싸다. 명품인가 봐.”

    정수련이 탄성을 내뱉었다.

    “빽은 얼마야?”

    “90만원….”

    “이게 완전히 명품만 갖고 다니네.”

    “무슨 소리야? 이거 완전히 싼 거야. 명품은 가방 하나에 500만원이 넘더라. 옷도 몇백만원씩 하고….”

    “에이그, 누가 모를 줄 알아? 남자가 사 준 거지? 너 똑바로 말해.”

    “아니야. 내가 샀어.”

    “됐어. 앙큼 떨기는… 넌 분명히 돈 많은 남자를 만난 거야.”

    민 언니가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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