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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용접기능장 원동석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교장

나는 아직 뜨겁다… ‘3전 4기’ 불꽃 튀는 용접인생

  • 기사입력 : 2017-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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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원동석(왼쪽) 교장이 학교 본관 실습장에서 훈련생에게 파이프 티그용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용접은 불을 다룬다. 불꽃과 열기로 금속을 녹여 붙이는 것이 용접이다. 용접봉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의 순간 최대 온도는 섭씨 5000도. 그래서 누군가는 용접을 ‘불꽃을 다루는 예술’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 용접 불꽃과 35년을 마주해 온 사람이 있다. 그에게 용접 불꽃은 때로는 한밤의 불꽃놀이였고 때로는 잔인한 형벌이었다. 30㎝ 용접봉에 울고 웃은 오뚝이 같은 삶. 김해시 외동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원동석(52) 교장을 만나 파란만장한 그의 용접 인생을 들어봤다.


    ◆용접과의 인연= 원 교장이 용접봉을 잡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창신공고 용접반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남들은 위험하다고 멀리하는 용접 불꽃이었지만 원 교장에게는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 금속을 녹이며 타오르는 불꽃의 끌림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손에서 용접봉을 떼어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원 교장을 전문 ‘용접장이’의 길로 이끈 직접적 계기는 따로 있었다. 취업을 앞둔 고3 시절, 용접 기능장을 취득한 선배가 모교를 찾았다. 그 선배는 학교에서 배운 기술에 멈추지 말고 꾸준한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특수용접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원 교장은 그때 ‘특수용접 기술을 배워 용접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기술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본격적인 용접 전문가의 길을 준비했다. 우선 창원기능대학(현 폴리텍대학) 용접학과 입학을 목표로 정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여동생에게 구박을 받으면서 수학을 배우고 늦은 시간까지 학원과 도서관을 오가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

    “경쟁률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용접과는 정원이 20명이었는데, 당시에는 기업체 위탁 교육생을 선입학시키는 제도가 있어서 실제 경쟁률이 20대 1 정도로 정말 높았어요.” 당시 기능대학 입학은 기술로 성공을 꿈꾸는 기능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다. 용접 전문가의 길을 선택한 그에게도 반드시 뚫어야 할 관문이었다. 그는 1991년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용접인생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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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원동석 교장이 김해시 외동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본관 실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거듭된 사업 실패= 기능대 졸업 이후 중간 관리자로 회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6년 조그마한 개인회사를 차렸다. 출발은 좋았다. 용접 기술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경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있는데 한보철강 부도 소식이 나오는 거예요. 정말 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한보철강의 하청의 하청을 하던 그의 회사도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창업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죽어볼까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밤낮으로 찾아오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을 정도였거든요.”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한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며 용접봉을 잡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재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느 정도 빚에서 숨통이 트이기까지 5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2년 다시 시작한 태양열 설비 제관 용접회사는 태양열 붐이 식으면서 경매로 날아가 버렸고 2년 후 재도전한 군 용역 사업도 원청업체의 사기로 물거품이 됐다.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 “제가 어려울 때마다 주문처럼 되뇌는 말이 있어요.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세 번의 사업 실패 이후에도 그는 이런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제조업이 아니라 교육사업이었다. 상처만 남은 창원을 떠나 인근 김해에 조그마한 용접학원을 열었다. 그의 소문난 용접기술 탓인지 학원을 열자마자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다. 강의실과 실습장이 모자라 수강생들이 대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학원이 자리를 잡아가자 그는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좁은 교육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학원 이전을 결정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능장 자격증을 보유한 강사진도 영입했다. 2년간 운영하던 학원은 2008년 직업능력개발시설로 노동부 인가를 받아 직업전문학교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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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원동석(왼쪽) 교장이 김해시 외동 대한특수용접직업전문학교 본관 실습장에서 훈련생에게 파이프 티그용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누군가에는 희망 불꽃= 원 교장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용접기술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희망을 주는 걸 볼 때”라고 말한다. 몇 년 전 학교를 찾아온 이른바 새터민으로 불리는 탈북 정착민 30대 부부는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막막한 한국 생활을 헤쳐나갈 탈출구로 용접봉을 잡아 보겠다는 거였죠. 이 부부는 정말 열심히 기술을 익혔어요. 6개월 뒤엔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에도 성공했죠.” 원 교장은 이 새터민 부부에게 아낌없는 배려와 지원을 했다. 용접 불꽃으로 삶을 바꾸려는 절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선소 퇴직자에 대한 조언= 원 교장은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은 실직자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한 때 자신의 처지가 떠올라 울컥할 때도 있다. 그는 “실직자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조선 퇴직자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소 현장 근로자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용접인력들은 대부분 철판 용접을 주특기로 가지고 있다. 조선소 퇴직 용접인력의 80% 정도가 Co2 용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역산업 전반으로 불황이 확대된 상황에서 동일한 기술로는 재취업을 위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원 교장은 “LNG선 등 특수선박 건조나 화학 물질 파이프 배관 등에 필요한 티그용접 같은 비철 특수용접으로 기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용접 기술 보유자가 단기간의 훈련을 통해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화학, 원자력 발전소 등의 산업분야에서 지속적인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쉼 없는 도전과 열정= 원 교장은 지금도 용접봉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학교장으로서 품위를 지키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평상시에는 작업복 차림으로 실습장을 누빈다. 솜털 묻어나는 10대 훈련생부터 30~40대 실직 훈련생에 이르기까지 업계 선배로서 꼼꼼하게 챙기고 기술을 전수한다.

    그는 재작년에 판금 제관 기능장 시험에 도전해 자격증을 땄다. 이 시험은 기술자들 사이에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일년에 한 번 보기에 응시 기회도 적고 합격자도 전국적으로 2~4명 선이다. 단일 기술만을 보는 다른 시험과는 달리 도면해석을 통해 전개도를 그리고 성형과 용접까지 혼자 완벽하게 수행해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실기 능력이 총망라되어야 한다.

    원 교장의 이런 도전은 기술에 대한 그의 시각과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기술에 대한 자기계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기술은 손에서 떼는 순간 멀어져요.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제 기술이 녹슬지 않아야 하고 새로운 기술도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용접봉을 들고 있는 그의 손에 오늘따라 힘이 들어간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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