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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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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73) 제19화 대통령선거 ③

“벌써 꽃이 피는군”

  • 기사입력 :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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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교동에서 식사를 하고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서경숙은 임준생의 팔짱을 끼었다. 이제는 뺨을 스치는 밤바람도 차갑지 않다. 서울의 한복판 빌딩가에도 봄이 완연했다. 무교동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벌써 꽃이 피는군.”

    빌딩의 화단에 조경수로 심은 목련이 하얗게 핀 것을 보고 임준생이 걸음을 멈췄다.

    “백목련이네요. 꽃이 너무 예뻐요.”

    서경숙도 걸음을 멈추고 목련을 바라보았다. 하얀 꽃들이 탐스러웠다.

    “꽃이 피면 봄나들이나 갈까?”

    “좋아요. 그런데 어디로 가요?”

    서경숙이 아양을 떨 듯이 물었다. 술 때문이었을까. 목소리에 윤기가 묻어났다.

    “교외로 가야지.”

    “내 땅이 있는 곳으로 가요. 계곡이 있어서 좋아요. 꽃도 활짝 피었을 거예요.”

    “그럼 스케줄 살펴보고 준비하지. 내일 연락할게.”

    “네.”

    임준생이 디시 걸음을 떼어놓았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함께 호텔로 갔다. 로비로 들어서자 호텔의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서 90도로 허리를 접어서 인사를 했다.

    “여기에 방을 하나 사용하고 있어.”

    임준생이 서경숙을 돌아보고 씨익 웃었다. 간부들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로 갔다. 임준생이 로비로 오자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준생의 호텔이구나.’

    서경숙은 재벌회장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으로 올라가자 스위트룸이었다. 임준생은 룸까지 따라온 직원에게 술안주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직원이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한번 구경해 봐.”

    서경숙은 룸의 침실과 거실을 살펴보고 소파에 앉았다. 룸에는 바까지 설치되어 갖가지 술이 비치되어 있었다.

    “와인 한잔할까?”

    “좋아요.”

    임준생이 상의를 벗고 와인을 꺼내서 땄다. 서경숙은 그가 따른 와인을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회장님한테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무슨 조언?”

    “제가 민병삼 캠프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임준생이 와인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멈췄다.

    “대통령선거 캠프인가?”

    “네. 여성위원회를 맡아달라고 해서 사양했더니 비선캠프에서 일해 달래요. 비선캠프가 실질적으로 민병삼 후보의 대선 캠프를 움직인대요.”

    창문이 열린 것일까. 멀리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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