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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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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화재’에 영국 국민 분노

전문가 “리모델링한 외벽 피복
굴뚝 같은 역할해 화재 키워”
“화재 땐 위험” 언론서 문제점 지적

  • 기사입력 : 2017-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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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시내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의 소화 호스가 건물 외벽에 물을 뿌리고 있다./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24층 아파트를 통째로 태운 불은 꺼졌지만 시민들의 분노가 이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구촌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런던에서 21세기에 일어난 사고로 믿기 어려운 참사인 데다가 알고도 당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원인으로 리모델링을 지목하고 있다.

    불이 난 공공 임대주택 ‘그렌펠 타워’는 지금은 부도로 폐업한 업체가 1000만 파운드(약 143억원) 정도를 들여 2015년 재단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그 때 외벽에 부착한 피복이 이번 화재에서 굴뚝 같은 역할을 해 불길이 고층으로 순식간에 번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피복 때문에 참사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주택을 관리하는 자치구 당국이 이를 묵살해왔다는 사실이다.

    수전이라고만 밝힌 입주자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이런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관리 당국은 아무것도 안했다”며 “건물이 재단장됐지만 입주자들은 불만이었다. 안전하지 않다는 말들을 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다른 입주자들도 “아파트에 닥칠 재앙이 시간문제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소귀에 경 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신문은 건물 외벽에 있는 피복이 화재 때 위험하다는 경고가 1999년부터 제기됐고 영국 정부 고위관리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근처에 사는 해리는 화재 때 플라스틱 피복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회상하며 울컥했다. 해리는 “싸니까 그런 걸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렌펠 타워를 관리하는 ‘켄싱턴-첼시 세입자운영조직’의 전 회장 레그 커벨은 “이번 화재참사는 영국의 가장 큰 스캔들 가운데 하나”라며 “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재앙이 닥칠 것으로 보고 의원들을 만나 우려를 전할 계획이었는데 사고가 났다”고 강조했다.

    그렌펠 타워가 서민들이 사는 공공 임대주택이라서 무시를 당했다는 견해가 힘을 얻으면서 런던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12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 이들이 꽤 있어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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