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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10) ‘단짠단짠’ 혼남 라이프, 근데 문제는?

  • 기사입력 : 2017-06-21 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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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한 살.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 살고 있다. 의식주를 포함해 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대체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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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듬회에 막걸리 한잔 걸치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게 점점 좋은 이유가 날마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또다른 사람들한테 기사로 다시 전하는 게 일이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심하게 지친다.

    간혹 누군가와는 앞에선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 뒤돌아서서 비판기사를 써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런 기사로 관계가 틀어질 땐 며칠씩 심한 마음고생과 함께 허탈함이 뒤따라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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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시에 맥주 마시면서 책도 읽고.

    기사를 매개로 회사 안팎에서 만나는 사람은 많지만 내 마음 한 켠 내줄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늘 웃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럴수록 묘하게 외로움도 커져가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서 쏟아내며 소모했던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시간은 바로 혼자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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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크 구워서 와인과 곁들여 느긋한 주말 저녁을 보내기도 하고.

    일을 해나가는 날이 쌓일수록 점점 소중하고 좋을 수밖에. 퇴근 후 집에서 노래 들으면서 맛있는 안주에 혼자 알맞게(때론 많이) 술 한잔 걸치고, 좋아하는 소설책 읽다가 영화도 보고, 입을 다물고 실컷 멍을 때리다 잠드는 ‘단짠단짠’한 이런 생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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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유부초밥 만들어 도시락도 싸가고.

    “니 올해 몇 살이고?”

    “서른 한 살요. 저번 달에도 물어보더만 왜 또 물어보는데요?”

    “장가 갈 때 다 됐네.”

    “그것도 저번 달에 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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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늦잠자고 일어나면 원두 곱게 갈아.

    내 나이를 다 알면서 시도 때도 없이 볼 때마다 묻는 건 ‘장가 빨리 가야지’와 같은 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 결혼 생각(도 없고 모은 돈도)이 없는데… 어쩐다지?’ 싶다가도 ‘할 거면 빨리 해야 한다’는 잔소리 폭격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선 나말고 다 시집장가를 가서 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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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드립 커피도 즐기고.

    결혼 해야 하나? 아니, 결혼 할 수 있을까?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feat. 아모르파티)이라는데, 그전에 그럼 연애는?

    꾸준히 해왔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다. 꾸준히 잘 만나오다 상대가 ‘내년 결혼’을 거론해 나는 ‘아직 그럴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고 말하자 풍선에 바람빠지듯 관계가 끝나버린 경우, ‘결혼은 시기상조’라는 같은 공감대가 있어 잘 만나오다 무슨 이유에선지 둘다 멀어진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불규칙적인 내 삶을 이해 못해줄 것 같다는 양해를 구하며 떠난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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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카 한잔 들이켜고 이불에 쏙 들어가 낮잠도 자는 여유로운 주말도 보냅니다.?

    간혹 어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모 선배가 ‘밥먹자’고 해 나갔는데, 한 중년 여성분이 예고 없이 함께 나오셔서 딸의 사진을 꺼내더니, ‘경제적 빵빵함’을 내세우며 만나볼 것을 권유받은 일도 있었는데, 그들의 자체 ‘인사검증’에 내 배경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그 후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었는데, 되려 걷어 차인 이 때의 허무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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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즐기며 사는 솔로라이프 이렇게 좋은데 나, 남들처럼 장가 갈 수 있을까?(ft.커피소년in BMF2017)

    따뜻한 마음씨와 미모에 반해 러브콜을 보내 이내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있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니 내가 지레 겁을 먹고 이별을 고했는데, 지나고나서 보니 나를 참 많이 배려해준 사람임에 틀림 없었다. ‘내가 좀 더 신중했다면’ 하는 후회와 함께 오지도 않은 미래에 겁부터 덜컥 먹고 자신없어 하는 못난 내 모습을 소주와 함께 털어넣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우 내 허물이 연애 실패의 원인이었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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