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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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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잘 죽는 방법

  • 기사입력 : 2017-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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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훈 (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과거 호스피스의 의미는 중세 성지 순례를 가는 여행자가 쉬어가는 쉼터라는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에게 총체적 돌봄을 제공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말기 암으로 인한 신체 증상을 조절하는 완화의료를 포함해 ‘호스피스·완화의료’라 지칭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입실 기준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의 여명이 6개월 미만으로 예상되고, 환자와 보호자가 입원을 원하는 경우이다. 암환자의 치료는 완치(cure)를 목표로 하겠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편안한 여생과 임종을 맞도록 돌봄(care)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병동에는 의사, 간호사, 원목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가 직능별로 환자를 다학제적으로 돌본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돌봄에도 노력하며, 입원 기간 중 가족 돌봄 및 임종 상담, 사별가족 관리를 통해 남은 유가족에게도 돌봄을 제공한다.

    결국 호스피스 팀원의 역할은 말기암 환자의 임종을 잘 준비하도록 하는 것인데, 사실 적절한 임종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환자의 완치를 위해 수술, 항암, 방사선, 보존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다가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질 무렵, 전원을 권유하고 이때 환자와 보호자는 막다른 길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다 호스피스를 어렵게 선택하고 입실하는 시점이 간혹 임종 직전이라 아무런 준비 없이 이별을 맞이한다. 자신의 병 상태와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인지, 호스피스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조금 더 빨리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몸이 편해야 잘 죽을 준비를 하는데, 무엇보다 진통 조절 및 말기암과 연관된 증상 조절이 우선 되어야 한다. 암성 통증 조절을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충분히 사용하고, 과도한 검사 및 치료보다는 적절한 증상 조절에 집중한다. 증상 조절도 중요하지만 경험적으로 환우들을 보면 잘 죽기 위한 조건은 지금까지의 인생 정리로 보인다. 본인이 암 환자라는 것도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 악화로 갑작스럽게 임종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가족들은 충격을 받을까 말을 못했다고 하나 이런 경우를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먼저 지금까지 소원했던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 친구와의 화해와 이별이 중요하다. 서로 꺼리던 말을 하려니 힘들고 서먹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스피스에서는 복지, 종교 등 다학제적 접근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다소 이해관계 속에 어려움도 있지만, 마지막엔 서로 화해와 사랑을 가지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한다.

    현재를 잘 살지 못하면 죽기 전 주위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호스피스는 항상 슬프고 우울한 곳이 아니라 가장 밝고 즐거운 의미의 장소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서 수고하는 의사, 간호사, 원목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가 있다. 이분들의 손길을 통해 환우들은 아름다운 이별을 잘 준비하고, 가족들도 역시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늘 문득 호스피스 병동에서 함께한 수많은 우리의 부모 형제가 그리워진다. 장성훈 (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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