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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 일입이식(日入而息) - 해가 들어가면 쉰다

  • 기사입력 : 2017-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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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고시대 이상적인 성군(聖君)인 요(堯)임금이 세상을 다스린 지 50년이 되던 해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평민 복장을 하고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자 어떤 백성이 흙덩이를 두드려 장단을 맞추며 이렇게 노래했다.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 밥 먹으니, 임금님 힘이 나한테 무슨 관계 있으랴”(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 於我何有哉)

    자연에 맞추어 해가 뜨면 들판에 나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 밥 먹고 잤다.

    그러나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불을 발명하게 되어 밤에도 자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전기가 발명되어 밤에도 낮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직업의 특성상 밤에도 근무하는 직종이 생기게 되었고, 여러 가지 여건상 자기 뜻대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다.

    옛날 시골 오두막집에서는 자기 방 호롱불만 끄면 세상이 칠흑같이 깜깜하고,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설령 내일을 위해서 충분히 잠을 자겠다고 마음을 먹고 잠자리에 누워도 일찍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가 너무나 많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자기 방 불을 끈다고 해도 바깥의 가로등, 다른 건물의 불빛, 차량 불빛 등등으로 방안이 훤하다. 그 외에 차량 소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음 등등 전혀 조용하지가 않다. 잠들려고 할 때 누가 밤 늦게 전화라도 하면 일찍 충분히 자려던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특별히 무슨 불면증이 있지 않아도 숙면을 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어 있다.

    차량을 운전해 본 사람은 모두가 졸음운전의 위험을 경험했을 것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사이에 졸음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상당한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수면부족 상태에서 운전하지 않는 것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갑자기 꼭 빨리 가야 할 일이 있어, 수면부족에도 차를 몰지 않을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업주는 이익을 많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운전기사들을 너나없이 혹사한다. 최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기사도 연속 3일 매일 17시간씩 운전을 강행했다고 한다. 졸음이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 관광버스회사 등에서 임금을 아끼려고 다른 회사에서 퇴직한 노년층 기사를 싼 임금으로 계약해서 고용한다고 한다. 70세 전후의 기사가 하루 종일 관광버스를 몰고 이리저리 다니면 안전하겠는가?

    현대인들은 모두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익에 눈이 멀어 인명을 경시하니, 사실은 태고적 원시인들보다 더 못한 것이다.

    *日 : 날 일. *入 : 들어갈, 입.

    *而 : 말이을 이. *息 : 쉴, 식.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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