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없는
나는
구부린 허리로
처마 밑을
기웃거리는데
길섶의 은행나무는
의연毅然한 자세로
비를
맞는다
시련 앞에
초연超然한 나무 곁에서
부끄럽다
나의
작은 가슴이
☞ 장마로 인한 피해가 있었으나 지금은 매일 비가 왔으면 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시는 제목도, 내용도, 비가 내릴 때의 정경도, 나아가 시인의 심상까지도 군말 없이 아주 단순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을 3연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세월을 거쳤기에 이제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비 오는 날 고작 우산 한 개가 없어 남의 처마나 기웃거리는 자신과는 대조적으로 온몸으로 비를 맞는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는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삶을 관조할 줄 아는 태도와 세계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불볕더위는 더 뜨거워지겠지만, 변화무쌍한 날씨마저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겨야 하는가를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새겨 7월의 마지막 주를 시원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