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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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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던 김양주 할머니

말로 못다한 이야기, 눈빛으로 나눴다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
‘기림일’ 앞두고 마산 찾아

  • 기사입력 : 2017-08-0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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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많이 예뻐지셨네요. 할머니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원장 원행스님) 관계자들이 8일 오후 마산우리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양주(93) 할머니를 찾아 손을 감싸쥐었다. 온기가 느껴졌을까. 할머니는 연신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면서 먼길에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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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우리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양주 할머니를 찾아 안부인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양주 할머니는 취업시켜주겠다는 일제에 끌려가 중국 대련 등에서 위안소 생활을 하고 일본 패망 뒤 연합군 포로로 귀환했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모진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온 할머니. 85세였던 지난 200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장에서는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뇌졸중 등이 발병해 몸의 왼편은 굳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지만, 수양아들인 홍종수(71)씨와 의료진, 간병인의 정성으로 다행히 차츰 기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 나눔의 집 사람들과 동행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도 “안색도 많이 좋아지고, 이제 몸에 살도 붙어서 보기 좋다”며 할머니의 머리를 매만지고 다독였다.

    나눔의 집은 오는 14일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앞두고 시설 내 거주하고 있는 9명의 할머니 외 전국에 있는 생존 할머니들을 찾아 안부를 전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햇수로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노환으로 김군자 할머니가 나눔의 집에서 별세해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37명으로 줄었다. 도내 위안부 생존자는 5명이다.

    18년간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간호한 원종선 간호사는 이날 김양주 할머니와 예전에 함께 찍었던 사진을 다시 할머니께 보여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할머니, 오늘 드리는 용돈으로 맛있는 거 많이 사드시고 기운 차려서 다음에 올 땐 꼭 일어나셔야 해요.”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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