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4일 (토)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30여년간 100개 나라 소품 모은 남길우 지구촌소품박물관장

이곳은 ‘알쓸신잡’… 버리면 고물이지만 모으면 보물이지요

  • 기사입력 : 2017-09-15 07:00:00
  •   

  • 볼펜·라이터·화폐·도자기·부채 등
    세계 각국 여행하며 직접 모은
    작고 저렴하며 신기한 소품 수천점
    나라별 도시별로 구분해 전시

    "세계여행 않고도 아이들 꿈 키워갈
    2급 박물관으로 만드는 게 목표
    친구, 지인 사랑방 그치지 않고
    문화, 예술 나누는 쉼터로 만들고파"


    “버리면 고물이지만, 전시하면 보물이 된다.”

    13일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의 ‘지구촌아카데미하우스’. 하우스로 들어서자 ‘지구촌소품박물관’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입간판에 걸맞게 54평짜리 반지하 공간은 세계 각국의 소품들로 가득했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볼펜, 라이터, 화폐, 라디오, 시계, 술, 부채, 도자기, 서예, 그림, 책자, 축구공 등 일상용품뿐만 아니라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전축 LP판, 역대 선거 유인물, 역대 대통령 기념품 등 온갖 소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의류업계 상표로 사용된 ‘빈폴 자전거’가 전시장 가운데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메인이미지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지구촌 소품 박물관’에서 남길우 관장이 본인이 직접 수집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소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여기에 전시된 수천 점의 전시품들은 모두 지구촌소품박물관 관장인 남길우(63)씨의 개인 소장품이다. 남 관장은 지난 30여 년간 100개의 국가를 여행하며, 이러한 것을 모았다. 소품들은 여행지에서 눈에 띄는 것을 무작정 구입하거나 업무상 만난 바이어들에게 선물받은 것,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등 그 경로도 다양했다. 그렇게 모은 전시품들은 하나같이 작거나 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흔한 소품이지만, 보기 드문 여러 나라 버전의 소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언뜻 얼굴 모형의 장식품인 줄 알았던 것이 자세히 보면 라디오이거나, 볼펜 한 자루를 봐도 ‘이 나라에서는 이런 볼펜도 쓰네’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같이 생경한 소품은 ‘이건 뭐지? 어느 나라 물건이지?’라는 궁금증을 저절로 유발했다.

    뿐만 아니라 ‘찬숑가’라고 쓰여진 찬송집은 가사도 지금의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로 적혀 있어, 언제 사용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남 관장은 이 ‘찬숑가’는 한국 최초의 장로교 감리교 연합찬송가로 1908년에 발행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러한 소품들은 비록 남 관장의 여행 흔적이 묻어 있는 개인 소장품이지만, 나라별, 도시별로 구분해 기록해 놓으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메인이미지
    지구촌소품박물관 내부.

    그는 “전국적으로 테마박물관, 소리박물관, 부채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 탈박물관, 민속박물관, 유럽장식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본 값은 싸지만 신기한 것, 작지만 인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물품을 모아 보여주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관장이 지구촌 소품을 보여주고 싶은 대상은 아이들이다. 그가 작고, 싸고, 신기한 것을 중심으로 소품을 전시한 이유도 아이들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촌아카데미하우스를 통해 꿈꾸는 것이 있다”며 “글로벌 시대에 아이들이 세계를 다니며 실제로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비록 여행을 못가더라도 지구촌 소품을 보면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큰 꿈을 갖도록 동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지구촌소품박물관의 탄생은 남 관장의 성격과 그간 이력을 봤을 때,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수천 점에 달하는 소품을 수집하는 열정 그리고 여행 과정을 책으로 낼 정도로, 요샛말로 ‘정리 홀릭’이다. 지난 1991년에는 공저 ‘시간의 굴레에서’, 1993년에는 ‘남길우의 지구촌 여정’이란 단행본을 출간한 바 있다.

    게다가 경남도의원(1998년 7월~2002년 6월) 시절 ‘먹·볼(먹거리·볼거리) 의정연구회’를 창립해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 예술, 관광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남다른 의정활동으로 도의원 시절 ‘관광 의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이 같은 관광 마인드로 경전선 복선전철화를 최초로 도정질문해 오늘날 KTX가 마산과 진주까지 연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마산아리랑관광호텔 사장, 창원윈드오케스트라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관광, 문화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다. 결국, 지구촌소품박물관은 평소의 그의 성격과 일과 취미가 결합돼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 공인 박물관이 아닌데다, 정식 개관식을 한 것도 아니어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지금까진 남 관장의 친구와 지인들이 찾아와 관람하고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인과 함께 오는 모든 이들에게는 늘 개방돼 있다.

    남 관장의 목표는 1차적으로 지구촌 소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2급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볼거리 학습장 역할을 하면서, 세계를 향한 꿈과 도전을 키우는 공간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그리고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볼거리 가득 찬 공간으로 단장해 여러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나누는 쉼터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 2012년께 도내 한 폐교를 사들여 전시장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위치 문제로 지금까지 보류되고 있다. 한때는 고성공룡엑스포장에 소품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행정적 교섭을 했으나 내부에 박물관이 많다는 이유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 관장은 전국 어느 곳이든, 명소나 기업이나 학교나 제대로 된 전시공간만 마련된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꿈의 공간을 꾸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남 관장은 앞으로도 수집한 세계 각지의 소품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구경하며 지구촌의 풍속과 역사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여행을 통한 소품 수집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안대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