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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프닝 행사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기사입력 : 2017-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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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계에는 오프닝 행사라는 게 있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갤러리의 경우 작품을 살 잠재적 고객을 대상으로 오프닝 파티를 연다. 오프닝 파티는 보통 공식 개막 하루 전 전시실에서 이뤄진다. 와인과 음료를 마시며 간단한 식사를 하는 사교 모임의 형식을 띤다.

    가끔 드라마에서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오픈 파티를 볼 수 있는데 매우 고급스럽게 연출된 점을 제외하면 비슷한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행사는 국·공립미술관에서도 왕왕 볼 수 있다. 이 경우 내빈으로 참석하는 사람은 미술협회 간부나 원로 작가 그리고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이다. 그러다 보니 내빈을 위한 ‘의전’이라는 게 이뤄지게 되고 정작 중요한 참여 작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작가들의 개인전이나 대안공간 전시 역시 오프닝 파티가 열린다. 물론 이 경우는 지인들이나 가까운 미술계 사람들의 모임으로 한정되는 편이다. 이 모든 오프닝 파티에 일반인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행사 정보를 몰라 참석 못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갈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알아도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의 사례 중 문제가 되는 것은 국·공립미술관의 오프닝 행사다. 국·공립미술관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하위 기관이기 때문에 상급 기관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오프닝 행사에 오면 ‘의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보면 시민이나 미술인을 위한 오프닝 행사가 돼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을 움켜지고 있는 고위 인사들의 의전에 행사가 집중된다. 이런 현상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 단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 역시 다음해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눈치를 살펴야하는 건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흥미로운 건 개인전 오프닝임에도 불구하고 정재계 인사들이 가득한 경우를 보게 되는 일도 있다. 아마도 작가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고 싶어 스스로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미술이 공공성을 확보하고 시민 사회의 공공재로 자리 매김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킨다. 안그래도 접근이 쉽지 않은 미술이 특정 집단의 소비대상임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술인들이 미술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예산을 거머쥐고 있는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관이나 비엔날레의 수장이 해당 지자체장의 입맛에 맞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된다. 최근 미술계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이러한 사례가 제법 있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전시기획자나 관장이 준 정치인의 행보를 보인다는 기사는 생각보다 흔하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미술행사나 미술관 전시가 일반 시민을 염두에 둔 공공적 행위로 읽히기 보다는 정치권이나 상급 기관에 잘 보이기 위한 과시적 공공성만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시민사회는 점점 성숙하고 있는데 도대체 미술계는 왜 이렇게 변화가 없는 걸까. 그건 아마도 미술인들이 미술계를 하나의 사회로 생각하지 않고, 이 판 안에서 시민사회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미술 작품을 작가의 독자적인 순수 창작물로 생각하는 미술계에서, 합리적 비판성과 사회적 관계망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 사회의 형성은 요원한 일이다. 또한 순수 창작물로서 예술작품이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에서 외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예술가의 자존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워야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 더이상 미술관 오픈 행사에서 ‘의전’만은 하지 말자.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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