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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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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공간 (12) 창원 반송시장 칼국수촌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곳, 뜨끈한 정 넘치는 그맛

  • 기사입력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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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가로수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이면 변덕스런 날씨에 사람들은 옷매무새를 야무지게 여민다.

    쌀쌀한 가을바람은 우리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때때로 내리는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한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이들이 창원 반송시장의 명물 ‘반송칼국수촌’을 찾아 향수 어린 추억의 음식을 즐긴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을 맛볼 수 있는 반송칼국수는 1년 4계절 어느 때나 찾을 수 있는 곳이지만 날씨가 추워질 때면 더욱 그리워지는 곳이다.


    창원 용호동에 ‘카페거리’가 가을 낭만을 즐길 수 있다면 창원 반림동엔 반송시장 ‘반송칼국수촌’이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어 좋다.

    현대화된 창원 반송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반송칼국수촌은 비록 허름하고 세월의 변화에 둔감하지만 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향기 묻어나는 삶의 터전이다.

    뜨거운 국물에 담긴 칼국수를 ‘후~후’ 불며 먹을 때면 쫄깃쫄깃한 면과 온몸을 타고 내리는 국물 맛의 개운함이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데운다. 한가득 담긴 칼국수를 비우고 나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배를 보면 작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창원 반림동 반송칼국수촌에는 현재 8곳의 칼국수집이 영업 중이다.

    ‘반송칼국수’, ‘경아분식’, ‘영아분식’, ‘돼지칼국수’, ‘현대분식’, ‘맛&손분식’, ‘정아분식’, ‘맛나네분식’…촌티 나는 이름들이지만 하나하나의 이름에 정감이 묻어난다.

    반송칼국수촌은 대략 1990년 전후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골목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반송칼국수(차순귀·67)’는 1985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반송칼국수촌의 원조 격이다. 반송칼국수촌의 안방마님인 차씨는 한자리에서 32년간 칼국수를 팔며 사람들과 정을 나누었다.

    1985년 차씨가 첫 칼국수 장사를 시작할 무렵 이름은 알 수 없지만 40대 주부와 서울아줌마로 불리는 2명이 이곳에서 같이 칼국수 장사를 했다. 하지만 차씨를 제외한 2곳은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말이 좋아 칼국숫집이지 번듯한 간판 하나 없는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손님들이 걸터앉아 주린 배를 채우는 간이식당이었다. 그러나 서민들의 배를 채우기는 안성맞춤이었다. 양 많고 푸짐한 ‘400원짜리 칼국수’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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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의 입소문을 탄 칼국수는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점심·저녁이면 인근 현대정공을 비롯해 삼성항공, 삼성테크윈, LG전자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어. 도란도란 둘러앉은 동료들이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는 장소였지.” 많은 추억을 간직한 칼국숫집은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냈다.

    당시 이곳에는 3.3㎡(1평) 남짓의 작은 가게 23곳이 영업 중이었다. 꽃집, 채소가게, 건어물가게, 빵집, 만두집, 옷가게 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칼국수가 성업을 이루면서 다른 가게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칼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붐비면 다른 가게도 덩달아 장사가 잘될 것만 같았지만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 건어물가게가 칼국숫집으로 전업을 했다. 이어 빵집도, 만두집도, 옷가게도 모두 칼국숫집으로 전업했다. 그렇게 한 곳, 두 곳 바뀌기 시작한 이곳은 옷수선집(일명 미싱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칼국수를 팔았다. 반송칼국수촌은 이렇게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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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송칼국수 차순귀씨가 제면기에서 얇게 펴진 반죽을 뽑고 있다.

    반송칼국수촌의 가장 인기 메뉴는 당연 칼국수다.

    여기에 수제비와 칼제비(칼국수+수제비)도 덤으로 인기다. 예전에는 김밥도 팔았지만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 힘들어 다른 메뉴는 전부 없앴다.

    반송칼국수촌은 오전 9시가 되면 대부분의 칼국숫집들이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파, 호박, 다시마, 청양고추 등 다양한 식재료로 칼국수 육수를 준비한다. 당일 사용할 밀가루 반죽은 전날 오후 3시~4시쯤 손님이 뜸한 시간을 이용해 미리 만들어 숙성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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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수가 담긴 솥에서 면발을 꺼내 담고 있는 차씨.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칼국숫 집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지고 “어서 오이소! 뭐해드리꼬? 칼국수 2개.”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제면기가 신나게 돌아간다. 오래된 제면기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듯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내며 힘겹게 돌아간다.

    실타래처럼 뽑혀져 나온 칼국수 타래는 펄펄 끓는 물에서 한 차례 삶은 후 다시 바로 옆 육수가 담긴 솥에서 익혀진다. 그동안 감자, 오이 등 식재료가 첨가되고 이내 그릇에 담겨져 건네진다.

    ㄷ자 모양의 테이블 의자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직장인들은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건네진 칼국수 그릇에 깜짝 놀란다. 넉넉한 주인장의 인심에 손님들의 입이 벌어진다. 그러나 칼국수의 양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건장한 청년들이 오면 칼국수 양을 아무래도 좀 많이 줘. 여자들과 애들은 먹는 양이 적으니까 물어보고 적당히 주고…. 남기면 아깝잖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에 아삭한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땡초다데기(다진 양념)를 넣은 뜨끈뜨끈한 국물은 고향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 손님들은 “배불러서 기분 좋고, 맛이 좋아 기분이 좋다”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간다. 손님들의 입가에 피어난 미소에 차씨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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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칼국수에 김과 양념장을 올리고 있다.

    반송칼국수가 맛있는 이유는 ‘손맛과 물맛’이다.

    “다른 곳은 기계로 면을 뽑아. 하지만 여기 반송칼국수촌은 모두가 손으로 반죽해. 음식은 손맛이 들어가야 제대로 맛이 나거든. 그다음이 물맛이야. 여기는 지하수를 사용해서 물맛이 다른 곳과 달라. 손맛과 물맛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칼국수가 만들어지지.” 차씨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골도 많다. 20년 단골은 흔한 편이다. 그 맛을 못 잊어 이사를 간 후에도 창원을 찾을 때면 꼭 반송칼국수를 찾아 한 그릇을 비우고 간다.

    “어릴 때 칼국수를 먹으러 오던 애가 어느 날 자기 남편과 자식의 손을 잡고 칼국수를 먹으러 온 거야. 얼마나 반갑던지…. 글쎄 못 본 사이 검사가 됐어. 어릴 때 먹던 추억의 칼국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남편과 함께 왔다고 하더라고. 수십 년 장사를 하면서 이런 재미로 사는 거 같아.”

    반송칼국수촌 주인에게 칼국수는 인생의 동반자다. 차씨의 경우 장사를 시작할 때 서른다섯이었지만 이제는 예순일곱. 32년 칼국수 장사로 자식을 키웠다.

    우리들의 삶의 애환을 함께한 반송칼국수촌.

    먹을 때 기분 좋고, 계산하고 나설 때 기분 좋은 창원 반송칼국수촌은 언제나 그리운 마음의 고향 맛을 느끼게 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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