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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에티오피아를 사랑한 조원희·김정현씨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17-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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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서 문인-직장생활 중 해외봉사 관심
    2014년 NGO 활동 함께하며 인연 맺어
     
    원희씨, 올해 등단 10년 동시집 준비
    판매 수익금 전액 현지아동 돕기 사용
     
    정현씨, 국제전문대학원 박사과정 매진
    향후 에티오피아 알리는 책 편찬 계획
     
    두 사람 공통된 꿈은 ‘한국문화원’ 건립
    양국 간 문화교류·현지인 지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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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왼쪽)·김정현씨가 창원시 진해구 북카페에서 출간을 앞둔 동시집 ‘책벌레의 꿈’ 작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 여자와 에티오피아= 하얀 얼굴에 웃고 있는 눈꼬리, 봄바람같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 조원희씨(49). “슈바이처 위인전이었어요!” 코끝을 간지럽히는 갓 내린 커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주 앉은 그녀는 에티오피아와의 사랑에 빠진 첫 단추로 슈바이처를 꼽았다.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 중 그녀를 사로잡은 부분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대목이었다.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땅에서 많은 사람을 도왔던 의사 슈바이처의 선행은 어린 그녀의 기억 속에 동경이라는 두 글자로 새겨졌다. 아프리카 대륙은 당장 가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에 꿈 많던 문학소녀가 자라 어엿한 아동문학가로 변모하는 긴 시간 동안 그저 막연한 그리움으로만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인으로 자신만의 삶을 그려가던 그녀는 지역민들과 문화예술에 대한 통로가 되고자 2011년 5월 누구든지 찾아와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며 문화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북카페 겸 갤러리를 창원시 진해구 이동에 마련했다.

    카페를 열고 반년쯤 지나, 35년간 마음속 한편에 숨어 있던 아프리카와 나눔에 대한 동경이 우연 또는 인연이라는 얼굴로 그녀의 현실에 불쑥 찾아왔다. 카페 손님을 통해 아프리카를 오가며 활동하는 신미식 사진작가를 알게 됐고, 그를 채널로 2년 넘게 에티오피아에 후원금, 물품 등을 지원했다.

    “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큰 고민 없이 후원을 결정했어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제 맘속에 있었던 아프리카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나의 마음이 그곳에 간다니…. 더 없는 행복이었죠.”

    후원을 하며 아프리카에 한발 다가섰다고 느껴질 때였던 2014년 초, 마침내 에티오피아에 갈 기회가 생겼다. 여행이 아니라 나눔을 위해서였다. 여기까지가 그 여자와 에티오피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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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 봉사활동을 간 김정현씨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 남자와 에티오피아= 절제된 친절이 담긴 얼굴과 느릿느릿한 말투로,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 때면 세상 둘도 없이 진지하다가도 에티오피아 이야기만 나오면 생기발랄해지는 그, 김정현씨(48). 갤러리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그는 국제봉사활동을 하는 NGO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여느 젊은이처럼 열정과 패기 넘치는 직장인이었던 그는 금형 설계기사로 일하던 중 틀에 박힌 직장생활에 회의가 들어 평소 관심이 있던 나눔으로 눈을 돌렸다. 2006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아다마에 파견된 첫 한국인으로서 해외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5년간 현지에서 사비를 들여 집수리를 하거나 미혼모 및 노숙인을 돕는 한편, 의료비 지원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아다마 직업훈련 대학(현재의 아다마 폴리텍)에서 기계분야 강사로 활동하며, KOICA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 38대와 빔프로젝터 등을 구비한 컴퓨터 실습실(CAD/CAM)을 설치했다. CAD 실습용 교재를 직접 개발하고, 에티오피아에 신규파견되는 해외봉사자 정착을 돕기 위해 KOICA의 요청으로 ‘13월의 태양이 떠오르는 나라 에티오피아’를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그곳에서 저는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 커피와 그들의 언어 그리고 문화를 배웠거든요.”

    이후 2012년 귀국해 경북지역 외국계 기업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지만, 국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뜻을 두면서 마음을 접었다.

    “안정된 직장 대신 에티오피아를 선택했어요. 아프리카 하면 원시부족이나 야생동물만 생각하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에티오피아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제3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한국국제협력단 총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 남자와 에티오피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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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김정현씨의 에티오피아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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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씨의 에티오피아 봉사활동.

    ◆에티오피아에서 삶의 방향을 잡은 두 남녀의 동행= 에티오피아를 더 알고 싶었던 그 여자, 에티오피아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했던 그 남자. 서로를 모른 채 같은 창원 하늘을 이고 살던, 에티오피아를 사랑하는 두 남녀는 결국 만났다. 나눔 활동을 계기로 2014년 국제구호 NGO와 함께 에티오피아에 동행했고 이후 매년 한 번씩 떠나는 에티오피아 나눔 여행을 함께했다. 갈 때마다 20일가량 체류하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한국에서 기부받은 물품과 후원금, 카페 운영 수익금 등으로 교복과 학용품을 지원하고 교육기자재와 의약품을 기증해오고 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공놀이도 하고 그림책 수업도 한다.

    이 같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애정은 두 사람을 동행하게 했고, 미래를 약속한 영원한 동반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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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씨와 현지 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등단 10주년 기념 동시집, 그리고 국제학 박사 과정= 두 사람은 각자 방식으로 에티오피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로 등단한 지 10년이 된 원희씨는 특별한 기념 동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원희씨의 작품 50편에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그린 50여 장의 그림을 더해 동시집을 엮는 것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그림책 수업의 결실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어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그동안 매년 나눔을 다녀온 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은 책을 펴내왔지만 이번엔 원희씨와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책이라서 더욱 특별하다. 특히 6·25전쟁에 참전했던(에티오피아는 1951년 5월부터 6037명을 파병)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5명의 그림도 실린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꿈을 나누고, 동시집을 통해 꿈을 갖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동시집 ‘책벌레의 꿈’이 이달 4~7일께 나오면 그녀의 카페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 겸 원화 전시회도 열 계획이며, 내년 1월에는 현지에서도 조그마한 행사를 마련할 생각이다. 동시집 판매 수익금 전액은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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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희(오른쪽)·김정현씨가 동시집'책벌레의 꿈'과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정현씨는 국제전문대학원에서 국제학 박사과정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지역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제학 전문가로서 에티오피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국이 아프리카나 에티오피아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앞으로 에티오피아에 관한 책을 낼 계획인데, 이 책을 통해 양국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두 사람은 에티오피아에 한국문화원을 세우는 꿈을 꾸고 있다. 양국 간 문화교류 소통의 장이 되고, 도움이 필요한 현지인을 보호·지원하는 기관이다. “우리는 에티오피아를 오가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았고, 그곳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했어요. 장기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입니다.”

    두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에티오피아가 왜 좋아요?”, “그 곳의 자연, 문화, 사람 모든 게 그냥 좋아요. 아무 이유 없이 말이에요.”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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