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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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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41) 제22화 거상의 나라 ①

“왜 그런 권한을 위임받은 거야?”

  • 기사입력 : 2017-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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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준생과 고준경은 한바탕 농담을 주고받은 뒤에 재단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홍성진이 먼저 재단 설립 취지를 고준경에게 설명했다.

    “재단을 만들어서 재산을 편법으로 상속시키려는 것은 아니겠지?”

    고준경이 서경숙을 예리한 눈으로 살폈다. 재단을 만들 때 재산을 내놓은 사람의 가족이 이사장이 되면 편법 상속이다. 재단 설립이 부자들의 재산 빼돌리기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제가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친인척이 아닙니다. 또 이춘식 선생은 자손이 없어서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없습니다.”

    서경숙이 얌전하게 대답했다. 이춘식은 진심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다만 이사 선임에 윤사월 회장의 뜻을 반영해 달라고 합니다.”

    “그건 왜 그러지?”

    “돈을 내놓았는데 멋대로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이 생길까봐 그럽니다. 엉뚱한 사람이 주인 행세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춘식은 이사장이나 이사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서 여사가 상당한 부분 권한을 갖고 있잖아?”

    “네.”

    “서 여사는 왜 그런 권한을 위임받은 거야?”

    “제가 평탄무애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평탄무애는 앞길이 평탄하고 장애가 없다는 뜻이다.

    “좋은 말이네. 요즘은 평탄무애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

    고준경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여러 차례 윤사월 회장님을 만났는데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난 짓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상속자가 없으면 진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되겠군.”

    “그리고 윤사월 회장님 이름으로 재산이 좀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재단에서 관리하여 장학재단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야. 내가 언제부터 출근을 하면 되겠나?”

    “이사장실은 항상 비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나오셔도 됩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가기로 하지.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이사장 추대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고준경을 공손하게 대접했다.

    서경숙이 중국에서 특파원을 했다는 김진호를 만난 것은 고준경을 만난 다음 날이었다. 김진호는 서경숙의 이종사촌 동생으로 어머니의 여동생 아들이었다. 그가 서경숙보다 열 살 정도 어렸기 때문에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몇 년 만에 귀국하여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누나, 나야 나. 진호….”

    김진호는 전화를 걸자 다짜고짜 호탕하게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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