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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청춘] 밀양 비보이 장빈 씨

세계 최고 꿈꾸는 밀양 춤꾼

  • 기사입력 : 2017-12-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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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을 들으면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주 작은 꼬마일 때도 그랬고, 서른이 된 지금도 그렇다. 밀양의 비보이 청년, 장빈(30)은 그렇게 15년간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꽤 괜찮은 직장도 포기했다. 노선이 오롯이 춤에 맞춰진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 비보이를, 그것도 서울이 아닌 밀양에서 꿈꾼다는 그를 밀양 비보이팀 ‘더 클래시(The classy)’ 연습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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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밀양 비보이팀 ‘더 클래시’ 단장.



    ▲춤에 청춘을 걸다

    초등학교 땐 서태지와 유승준 춤을 곧잘 따라 하는 끼 있는 아이였다. 마냥 춤이 재미있던 소년이 전문 댄서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15살 무렵이었다. 당시 지역의 댄스 동호회 대학생들이 청소년 수련관에서 연습하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들의 화려한 춤에 매료된 소년은 매일 연습장을 찾아가 춤을 배웠다. 재미는 열정이 됐고, 열정은 곧 꿈이 됐다. 결국 소년은 춤을 이유로 18살에 학교를 그만뒀다.

    “하루 종일 춤만 추고 싶었어요. 수업받는 시간이 아까웠죠. 고2 때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떠났어요. 당시 최고로 꼽히던 비보이팀에 합격했거든요. 후회요? 아마 지금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10대 혈혈단신 서울 생활은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서러움과 혹독함은 그를 더 나은 비보이로 단련시켰다. 그의 팀은 국내외 여러 대회를 휩쓸었고, 한국대표로 뽑혀 프랑스 챌스프로 배틀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국내 최고 비보이팀에서 공연을 해도 밥 한 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22살, 그는 군대 때문에 팀을 그만두고 고향 밀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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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에서 비보이로 산다는 것

    밀양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며 배운 용접기술은 꽤 쓸모가 있었다. 회사생활로 얻는 안정적인 수입과 편안한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일찍이 밥벌이의 고단함을 깨달았던 이십대 중반의 그는 일과 춤을 병행하기로 했다. 밀양 비보이팀 ‘더클래시’도 그때 만들었다. 월급으로 연습실을 얻었다. 지역의 비보이 후배들을 도와주며 같이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나 춤이 중심이 아닌 삶에서 만족을 얻긴 어려웠다.

    “낮엔 직장에 가고 퇴근 후엔 춤을 추는 생활을 3년간 했어요. 그런데 자꾸 춤에 미련이 가더라고요. 그렇다고 쉽게 일을 관둘 수는 없었는데, 당시 팀에서 같이 춤을 추던 후배들이 많은 용기를 줬죠. 그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춤으로 돈을 벌어보기로 했어요.”

    팀원은 모두 11명이었다. 춤만 춰서 모두 함께 먹고살 수 있을까, 단장인 본인 스스로도 의문이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들의 도전은 꽤 성공적이었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의 무대에 오르고, 지역 청소년 힙합 교육으로 수익을 내면서 팀은 8년째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팀 주최로 ‘밀양 아리랑 전국 비보이 배틀대회’를 2회에 걸쳐 개최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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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단장이 밀양시 내이동 더 클래시 댄스 아카데미에서 거울을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다.



    ▲비보이, 국악을 만나다

    고향이 밀양인 그는 지역을 이야기하는 춤을 추고 싶었다. 밀양 아리랑과 비보이를 결합한 콘텐츠가 만들어진 이유다. 더클래시는 그렇게 만들어진 춤으로 ‘2017년 경산 아리랑 창작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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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밀양 비보이팀 ‘더 클래시’ 단장이 밀양시 내이동 더 클래시 댄스 아카데미에서 춤을 추고 있다.



    “예전에 타악기 연주자 최소리씨와 콜라보 작업을 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퓨전국악예술단 ‘연’과 더클래시의 콜라보를 통한 공연도 했죠. 국악과 힙합은 기본 박자가 달라서 처음에 합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기도 했지만, 결국 음악은 악보 안에서 만날 수 있더라고요. 꽤 흥미로운 공연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역 문화재와 힙합이 만나서 상생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해 고민할 계획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술 사업 분야에 비보이는 없다. 그래서 퓨전국악예술단 ‘연’의 제안으로 예술단 산하에 소속돼 ‘비보이 국악 힙합 예술단’으로 보다 더 특별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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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단장이 밀양시 내이동 더 클래시 댄스 아카데미에서 거울을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다.



    ▲평생 춤을 추고 싶다

    이미 서른, 몸이 20대 같진 않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매일 4시간 이상 춤을 춘다. 더클래시와 함께 세계 비보이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댄서는 항상 음악과 함께하고 삶 속에 춤이 배어 있는 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늘 즐겁게 춤을 추고 매일 춤 연습을 하죠. 비보이가 다른 춤에 비해 좋은 점은 모든 춤을 결합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거든요. 전 이 자유로운 언어로 관객들과 오래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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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단장이 밀양시 내이동 더 클래시 댄스 아카데미에서 거울을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다.



    또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아 주는 좋은 ‘춤 선배’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가 뒤늦게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 실용무용과에 진학한 것도 그 노력 중 하나다.

    “춤을 정말 추고 싶은데 배울 곳이 없고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찾아서 가능성을 키워주고 싶어요. 10년 전만 해도 경남에는 30개가 넘는 비보이팀이 있었는데 이제 3~4개에 불과해 많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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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빈 단장이 밀양시 내이동 더 클래시 댄스 아카데미에서 거울을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다.



    ▲댄서를 꿈꾸는 지역의 청춘들에게

    지역에서 댄서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누구나 댄서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수는 없죠. 다만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은 댄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지역에서도 충분히 좋은 춤 기술을 익힐 수 있고, 또 자신을 홍보할 수도 있잖아요.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움직인다면 세계적인 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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