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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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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45) 제22화 거상의 나라 ⑤

“그건 장사의 기술일 뿐이야”

  • 기사입력 : 2017-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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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이 자금을 쉽게 빌려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하지.”

    “얼마나.”

    “다다익선.”

    “니가 무슨 한신이냐?”

    서경숙이 웃으면서 김진호에게 눈을 흘겼다. 다다익선은 중국의 명장 한신과 한고조 유방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한신은 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잘 통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는 서경숙을 설득할 묘수를 짜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너 사업계획도 안 세우고 배짱만 있구나.”

    서경숙은 확실히 눈치가 빠르다.

    “그렇지는 않아. 나는 무역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래서 우리 나라 의류를 중국에 팔 거야.”

    “그게 잘될 것 같아?”

    “잘되게 만들어야지. 중국 시장이 어려운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어. 나는 중국인들이 장사를 하게 만들 거야. 내가 물건을 공급하고 그들이 장사를 하는 거지. 나에게 불리하게 하면 공급을 안 해주니까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잘할 수 있도록 만들 거야.”

    김진호는 서경숙에게 열변을 토했다. 서경숙은 그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너 사업이 뭐라고 생각하니?”

    서경숙의 질문에 김진호는 말문이 콱 막혔다.

    “돈을 버는 거야.”

    “단순해서 좋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사업은 열정이야. 열정이 없으면 안돼. 너 중국 상인 백규 알아?”

    “알아.”

    백규는 중국인들이 상인들의 아버지로 부르는 사람이었다. 2000년 전 인물이다.

    “백규에게 뭘 배울 수 있어?”

    “박리다매.”

    박리다매는 2000년 전에 백규라는 상인이 만들어 낸 장사의 방법이다.

    “그건 장사의 기술일 뿐이야.”

    “그럼 뭘 배워?”

    “백규는 사람들에게 장사를 하려면 전쟁을 하듯이 하라고 했어. 그런 각오가 없는 사람은 장사를 가르치지도 않았어.”

    서경숙은 끊고 맺는 것이 단호했다.

    “오퍼상을 하겠다고 그랬지? 그럼 중국에서 청바지 1000벌을 주문 받아와. 자본을 대줄게.”

    서경숙의 눈에서 서릿발이 내리는 것 같았다.

    ‘흥!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줄 알았어. 오늘은 간을 본 셈이야.’

    김진호는 속으로 웃었다. 서경숙은 김진호와 산사에게 봉투 하나씩을 주었다.

    김진호는 커피를 마신 뒤에 서경숙과 헤어져 산사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갔다. 산사를 모텔에 머물게 할 수 없어서 연남동에 있는 호텔에 방을 하나 얻었다. 이름만 호텔이지 모텔보다 시설이 조금 좋은 곳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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