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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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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경남은 안전한가 (상) 실태·아동보호기관 현주소

보호기관 3곳뿐…1곳당 종사자 17명 불과
지난해 12월말 기준 아동수 58만명

  • 기사입력 : 2018-01-1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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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개월 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엄마, 11세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계모, 장애를 가진 5세 아이를 발로 짓밟고 죽여 시신을 야산에 묻은 아빠…. 경악을 금치 못할 아동학대 사례가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어린이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전국을 충격에 빠트리는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본지는 아동학대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으로 (상)아동 학대 실태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문제점, (하)제도 개선 방안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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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학대사례 사진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다./경남신문 DB/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전후로 아동 학대피해신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남지역 아동학대 신고는 2009년 323건, 2010년 367건, 2011년 587건, 2012년 63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3년 1118건, 2014년 1012건, 2015년 946건, 2016년 1486건으로 급증했다. 2016년 1486건의 신고 중에서는 1139명의 아동이 학대 정도에 따라 보호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가 지난 2016년에만 1만870건에 달할 정도다.

    관련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 82%가 피해 아동의 부모인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지만, 이러한 학대에 대한 외부 개입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내 아이 내가 가르치는데 왜 간섭하느냐’는 등 부모의 반발뿐만 아니라, 아이가 가해자인 부모 앞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학대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동보호시스템의 가장 큰 허점은 학대 개입 최전선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에 있다고 전문가들과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발견, 현장조사, 보호 및 치료, 사례 관리 등 아동학대 개입을 위한 모든 절차를 핵심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 탓에 제대로 된 아동보호 업무를 수행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굿네이버스 한국아동복지학회가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를 위한 아동보호체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실질 연간 가용 근무시간(법정 근로시간을 대입한 근무일수) 231일(1851시간) 대비 84일(669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개 아동보호기관이 전국 228개 지자체를 담당하다 보니 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4~5개 지자체의 아동학대 문제를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신고접수 및 현장조사부터 사례 종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기존 누적 사례관리와 사후관리, 교육 및 홍보사업까지 아동학대예방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업무가 광범위하고 과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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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동 인구수는 약 58만명으로 강원(23만명), 경북(47만명)에 비해 훨씬 많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남동부 10개 시군을 관할하는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창원), 서부 7개 시군을 관리하는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진주), 김해를 담당하는 김해시아동보호전문기관 등 3곳이며, 1개 기관당 평균 종사자는 17명에 불과하다. 강원과 경북, 부산(49만명)에는 4개 기관이 설치돼 67~69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아동 인구수가 많다 보니 신고접수, 현장조사, 서비스 제공 횟수에서 타 지역 대비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상담원 1인이 담당하는 사례 건수도 연간 36건으로 전국 평균 28건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말이 기관 내부에서부터 새어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보니 상담원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긴급 신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해 사례 관리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실정이라 솔직히 우리조차도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두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열악한 환경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현재 아동학대예방사업은 국가사무로 예산은 국비 50%와 지방비 50%로 짜여져 있다. 박미경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종사자 1인당 연간 3264만원가량 지원되던 인건비가 2015년부터는 무려 2703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아동학대 피해자 안방까지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업무 실수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다 보니 경력 있는 직원이 필요한데 근무연수가 쌓일수록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어 기관 운영 자체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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