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감기 치료받고 곧 퇴원하려고 했는데…
밀양에 빈소 못잡고 부검까지 해야 해 참담진영전문장례식장에서 만난 故이쾌정 할머니 유족
- 기사입력 : 2018-01-28 10:08:56
- Tweet
“뉴스 통해서 소식을 듣고 있지 우리에게 속 시원히 소식을 알려주는 곳도 없고, 부검까지 해야 할 상황이니 참담합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희생된 이쾌정(95·여)씨의 유족인 장손 백상훈(47)씨는 27일 밤 김해시 진영읍 진영전문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도 밀양으로 내려와 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한다고 하고 1대1로 전담공무원도 배치해준다 하더니 밑에서는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장례나 유가족 지원 등 어떤 절차도 제대로 먼저 설명해주지 않고 밀양에 빈소도 마련하지 못해 진영까지 오게 된 데다 경찰이 부검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27일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큰절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이씨는 밀양시 부북면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달 초 감기 증세가 심해 세종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었다. 506호에 입원해 있던 이씨는 감기 증세가 거의 다 나아 가족들은 며칠 안으로 다시 원래 머물던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리려 했는데 이번 화재로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유족들은 이씨를 찾지 못해 뿔뿔이 흩어져 밀양 시내 병원 4곳을 돌아다닌 끝에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겨우 밀양시 내일동에 있는 제일병원에서 일일이 얼굴을 확인해가며 찾을 수 있었다.
외손자 김응도(40)씨는 “발견 당시 의식은 있어 괜찮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가 이제는 부검까지 해야 해 29일 준비했던 장례 절차마저도 차질을 빚게 돼 온 가족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사망자 34명이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규명된 것과 달리 사인 불명으로 나온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중 3명은 3층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지낸 환자들이라 불이 나 전기가 차단되면서 호흡이 멈췄을 가능성이 있고, 이씨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유족들은 “화재 당시 멀리서 연기를 보고 설마 병원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며 “살릴 순 없지만 편안하게라도 하나님 곁에 보내드리고 싶었는데…”라며 참았던 울음을 삼켰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충북 제천 화재 유가족, 밀양 세종병원 합동 분향소 찾아
- [밀양 세종병원 화재] 간병인이 있어 세종병원 택했는데…
- 밀양 화재 참사에서 아내 잃은 남편의 절규
- [포토] 밀양 화재 참사 현장 찾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
- [밀양 세종병원 참사] 슬픔 잠긴 합동분향소
- 밀양 세종병원 화재… 가까스로 탈출한 아버지, 구조활동 나선 아들
- [포토]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유족 위로하는 문 대통령
-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유족, 누나 찾아 5개 병원 돌아다녔는데…
-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밀양시민 50여명 환자 구조 도왔다
- '밀양 세종병원 화재'…탈출자가 전하는 일촉즉발 상황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