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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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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67) 제22화 거상의 나라 27

“돈을 왜 벌려고 목을 매냐?”

  • 기사입력 : 2018-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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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김진호의 사업 계획을 듣고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확신이 서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경숙의 사무실이 있는 명동에서 감자탕으로 식사를 했다. 서경숙은 서민은행을 설립하면서 비서들이 수행하고 다녔다.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며칠 안으로 계획서를 만들어 낼게.’

    김진호는 서경숙의 냉담한 반응에 놀랐다. 서경숙이 두 손을 들어 환영하지 않더라도 냉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촌이지만 어려울 때는 항상 큰누나 역할을 해왔다.

    ‘누나에게 또 다른 면이 있었네.’

    서경숙과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여의도 오피스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냉담한 서경숙의 얼굴이 떠올라 씁쓸했다. 창으로 눈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산사에게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한 뒤에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자 저녁 때가 되어 있었다. 동대문상가를 돌아다니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중국 하이틴의 옷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들이었으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밤 10시까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 그녀들과 패션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들도 중국 진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튿날은 남대문 의류상가를 찾아갔다. 남대문 의류상가에는 중국에 한 달에 몇백 벌 정도의 의류를 수출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중국인들은 돈이 신이죠.”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었다.

    “관시가 중요해요.”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다. 오피스텔에 돌아와 사업계획서를 보충했다. 하이틴의 옷은 3개월에 한 번씩 유행이 바뀔 수도 있다. Y랜드가 하이틴의 의류로 성공한 케이스를 분석했다. 오후에 사업계획서를 모두 작성하여 서경숙에게 보냈다. 서경숙은 이틀이 지나서야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김진호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갔다. 서경숙은 김진호를 근처 중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돈을 왜 벌려고 목을 매냐?”

    한가한 말씀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돈이 귀한지 모르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신이다.

    “한가한 소리를 하네.”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김진호의 반발에 서경숙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서경숙에게 김진호는 어린 동생에 지나지 않는다.

    “1억원을 가지고 사업을 해?”

    “그 정도면 시작은 할 수 있어.”

    “이자는 얼마나 줄 거야?”

    “동생한테도 이자를 받으려고?”

    “1억이 누구네집 강아지 이름인지 아냐?”

    “누나, 내가 업고 다닌 거 기억이나 해?”

    김진호는 서경숙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가의 첫 번째 능력은 돈 가진 자, 소위 전주를 설득하여 사업자급을 빌리는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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