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4월 2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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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마라토너 김창원씨 ‘경영학 박사모’ 썼다

2003년 대구 마라톤대회 출전했다
고국 부룬디 내전 악화로 귀국 못해
창원 현대위아 입사 후 경남대 편입

  • 기사입력 : 2018-02-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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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학 박사 김창원, 앞으로.”

    아프리카 부룬디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마라토너 김창원(41·현대위아·부룬디 이름 버징고 도나티엔)씨가 20일 경남대 졸업식에서 박사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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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룬디 출신 귀화 마라토너 김창원(왼쪽)씨가 20일 박재규 경남대 총장으로부터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있다./전강용 기자/



    단상으로 올라가 학위를 받는 짧은 순간, 그는 한껏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속엔 그가 불혹의 나이를 넘기기까지 겪었던 좌절과 절망, 그 뒤에 찾아온 환희와 감격이 모두 묻어 있는 듯했다. 학위를 건넨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무대를 향해 손을 뻗으며 김씨를 소개했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자 같은 부룬디 출신인 아내 크리스텔라(36)씨, 김씨의 눈망울을 빼닮은 아들 한빈(4)·한준(2)군, 지난 2008년부터 한글 선생님이자 후견인 역할을 해온 윤은주 다문화어린이도서관 운영실장의 얼굴에서도 웃음꽃이 번졌다.


    지난 2003년 브룬디 국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김씨는 그해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하프마라톤에 출전했다가 고국의 내전이 악화돼 귀국하지 못하고 한국에 살게 됐다. 그는 브룬디와는 달리 안전하고 밝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영구 정착을 결심했다. 인쇄소 직공을 시작으로 체류 연장을 5번 넘게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난민 지위를 얻었다. 42.195㎞의 정규 마라톤 코스를 2시간 18분대에 주파하는 그는 2004년 서울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서 현대위아 마라톤동호회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현대위아 사원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창원으로 오게 됐고, 귀화 후 그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에, 그를 따뜻하게 받아준 도시 창원을 더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지난 2010년 경남대 경영학부 3학년으로 편입한 이후 학사와 석사 학위를 차례로 취득한 뒤 한국에 온 지 15년째인 올해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김 박사의 논문 제목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품질교육시스템 설계에 관한 연구’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는 그는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짧게는 4시간, 길게는 5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마라톤, 학업 어느 것도 게을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학금 지원 등 8년여간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준 경남대에 감사의 마음을 거듭 전했다.

    그런 김 박사는 두 가지의 소망을 밝혔다. “제 전공을 살려 한국과 부룬디 두 나라의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무역이나 문화교류 등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고 싶고, 논문 때문에 너무 바빠 아이들이랑 많이 못 놀아준 게 미안했는데, 졸업했으니 두 아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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