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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숙한 노사문화를 바라며

  • 기사입력 : 2018-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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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봄, 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에 낯선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이들과의 한 건물 생활은 그해 가을까지 6개월 동안 이어졌다.

    이들은 S&T중공업 조합원들이었다. 고용유지훈련을 받기 위해 신문사내 교육장을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단협의 중요 쟁점이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수용하는 대신 회사는 조합원들에 대해 한 달 22시간 OT(초과근무)를 보장하겠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회사측이 보도자료로 낸 임단협 협의안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수년째 일감이 없어서 휴업휴가와 고용유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회사가 무슨 수로 OT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일까?

    한편으로는 K2변속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기자가 모르는 돌파구가 있는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장기간 지속되는 노조의 노숙농성 부담을 느낀 최고경영자의 고육지책이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작년 10월 이후 이들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올해 1월 다시 회사에서 볼 수 있었다. 주변에서 회사로 복귀한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는 100명 가까운 인원이 사내교육을 받았다고 전해주었다.

    그마저도 올 1월 1일부터는 고용유지훈련제도가 폐지돼 이번에는 유급휴가훈련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원도 두 배 이상으로 늘어서 총 120명이었다.

    지난달 정부의 K2전차 변속기의 수입결정이 발표됐다. 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팀장들의 계약연봉 일부 자진반납, 사무기술직 사원과 현장 관리자들의 6개월 육아휴직 동참 등 전 임직원들이 고통분담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조는 2016년 임단협 합의서 준수를 이유로 유급휴직을 무조건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흥망 기준은 노사문화가 좌우한다. 이제는 노사가 서로 갈등과 투쟁의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사의 경영악화를 경영부실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된다. 기업 환경을 둘러싼 변수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내우외환에 직면한 S&T 중공업 노사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두 달간 얼굴을 마주쳤던 그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명용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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