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야구가 유행이 되었다. 그래서 야구 모자를 쓰고 가고 싶었다. 건오도 모자를 쓰고 왔다. 야구 모자는 아니었다.
근데 갑자기 건오가 내 야구 모자를 벗겨서 성민이한테 패스하고 또다시 건오한테 패스를 했다. 내가 다른 곳에 있을 때 건오하고 성민이가 작전을 짠 것 같았다. 내가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애들이 높이 던지면서 준기 자리 쪽으로 갔다. 애들이 던지다가 중간에 준기가 잡아서 돌려주었다.
모자를 쓰고 자리로 가려는데 건오가 다시 모자를 뺏아서 던지려고 했다. 나랑 서로 당기다가 모자가 찢어져 버렸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몰랐다. 건오가 괜찮냐고 물어봐서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속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내 야구 모자는 내가 처음으로 NC다이노스 팬이 되어서 선물받은 모자이다. NC 야구경기 보러 갈 때도 쓰고 아빠하고 야구할 때도 쓰는 모자이기 때문에 내 추억이 가득 담긴 물건이다. 건오는 그냥 장난친 거지만 나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집에 와서 엄마께 말씀드렸다. 엄마는 모자는 고쳐도 되고 다시 사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건오한테 속상하다고 말하고 사과를 받으라고 말하셨다. 건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말하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고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 건오에게 “니가 어제 내 야구 모자를 찢어서 속상해.”라고 말했다. 건오는 조금 있다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말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속이 시원했다.
다음에는 괜찮아라고 끝내지 않고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에게 건오는 소중한 친구이다. 모자는 다시 사면 되지만 건오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친구이다. 건오가 모자를 일부러 찢은 건 아니니까 이해를 해주고 싶다. 나도 친구 물건을 부수거나 찢을 수도 있다. 그래도 건오는 내 친구이기 때문에 모자보다 건오가 더 중요하다. 그전처럼 건오하고 친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