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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캠프서 만세 부르는 공무원

  • 기사입력 : 2018-06-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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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했던 6·13지방선거의 투표가 종료된 직후인 13일 오후 6시.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공중파 방송 3사에서 발표하는 출구조사에 쏠려 있었다. 각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카운트다운에 이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각 선거캠프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득표율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캠프에서는 지지자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득표율이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온 한 후보의 캠프에서는 후보와 지지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잡혔다. 순간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직 공무원들이었다. 만세를 부른 이들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은 경남도교육청이었다.

    이 기관은 선거 내내 공무원들의 선거중립을 지켜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만세를 부른 이들은 그동안 선거중립을 강조하던 교육지원청 교육장들과 서기관급 이상의 간부공무원들이었다. 한 간부공무원은 당선인과 함께 축하 떡까지 잘랐다. 당시는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모시던 상관이 당선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지지자의 입장에서 축하를 해줄 수도 있다. 이미 선거가 끝난 시점이어서, 이들이 이 장소에서 와 있는 것, 또 만세를 부르는 것이 선거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직무를 이용한 정치활동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도 할 수 있다.

    속담 중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李下不整冠)’는 말이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 매려다 오얏을 따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경구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간부공무원들이 당선이 확실시되는 교육감의 선거캠프로 몰려가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과하면 화를 부른다. 공무원들이 신뢰를 받으려면 그들 스스로 품격을 지켜야 한다.

    이현근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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